제20화

그 문자 세 통이 여경민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하나는 플로럴 레스토랑에서 긁힌 3760만 원과 4000만 원의 송금 내역,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로열 스타 호텔 킹 배드룸 결제 내역이었다. 이 일련의 행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바보라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여경민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꽉 쥐었다. 온나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연결되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굽히며 몸을 일으켰다. 어두운 눈빛으로 로열 스타 호텔에 가려던 찰나,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일 났어요!” 베이비시터 최미옥이 허둥지둥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여경민에게 외쳤다. “도련님, 희수 아가씨께서 열이 나는 것 같아요. 얼른 확인해 보세요!” “뭐라고요?” 여경민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여희수의 방으로 향했다. “엉엉, 아파. 너무 아파!” 공주 침대에 누운 여희수의 조그마한 얼굴은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아프다는 소리를 연신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여경민은 황급히 침대 옆에 앉아 여희수의 이마를 짚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여경민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베이비시터만 쳐다보았다. “이, 이걸 어쩌죠?” 여경민은 평소 일에 쫓겨 매일 출장으로 바빴다. 게다가 곁에 숱한 여자들을 달고 다니며 집에 붙어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여희수가 열이 나는 걸 직접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병원에 가 볼까요?” 베이비시터는 방안을 이리저리 뒤지며 해열제를 찾았다.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희수 아가씨는 몸이 약해서 자주 열이 났어요. 사모님 계실 때 잘 듣는 약이 있었는데 그거 먹으면 금방 열이 내렸거든요. 그런데 그 약이 지금 어디 있는지,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아이고, 사모님만 계셨어도...” 베이비시터의 말은 여경민의 심기를 더 거슬리게 했다. 그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여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