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원래 영원한 사랑은 없는 법이에요. 사람은 늘 변하기 마련이죠,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이상할 것 없어요.”
임창수는 온나연의 맞은편에 앉아 정장 재킷을 벗었다. 그 안에 입은 검은 셔츠와 반듯한 정장 바지가 어두운 방의 불빛을 받아 미묘하고 나른한 기운을 풍겼다. 그 어떤 여인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치명적인 매력을 뿜고 있었다. 하지만 온나연에게 그저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숨구멍과도 같았다. 그는 그녀에게 눈물 콧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을 비웃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까 사랑받으려고 애쓰는 거 자체가 우스운 짓이란 말이군. 이 세상에 한 여자만 사랑하는 남자는 없는 거고, 맞지?”
온나연은 순진하면서도 어딘가 비관적인 눈빛으로 임창수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뺨을 타고 맑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폭풍우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가냘픈 작은 꽃처럼 보이기도 했다. 순수하면서도 속의 뜨거운 무언가를 자극하는 듯한 모습에 보호본능이 일었다.
임창수는 바싹 마른 입술 사이로 침을 삼켰다. 그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온나연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가만히 닦아 주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사랑은 아주 귀한 거라 도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인연을 맺으려면 눈물을 흘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거죠. 도박에서 이기면 모두가 행복해질 테고 진다면 깨끗이 승부를 인정하고 떠나면 그만이죠.”
“깨끗이 승부를 인정하고 떠난다고...”
온나연은 그 말을 되뇌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동안의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 눈물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 그럼 나는 도박에서 확실히 진 거네. 정말로 깨끗이 승부를 인정하고 떠나야 하는 건가?’
“나연 누나...”
임창수는 온나연에게 바싹 다가가 그녀를 통유리창과 자신의 품 사이에 가두었다. 그는 얄팍한 입술로 멋진 곡선을 그리며 온나연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날 겨우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려고 4000만 원이나 주고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