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61장

이천후는 아래로 검은 파도처럼 몰려 있는 무리들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내 대제 신곤을 탐내고 온 거야?” 산을 가득 메운 것은 대부분 젊은 무사들이었다. 그들의 수련 경지는 개맥경과 현령경 사이. 그러나 이천후의 질문에 아무도 쉽게 나서지 못했다. 다들 이천후의 실력과 전적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감히 앞에 나서서 대놓고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갑자기 외침이 들려왔다. “이천후, 제병을 넘겨!” 목소리는 들렸지만 누가 말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천후는 비웃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비겁한 놈. 진짜로 가질 자신이 있다면 직접 와서 가져가 봐.” 그는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산봉우리 위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거의 만 명이 모여 있었지만 정작 이천후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 이천후가 아주 작아 보였지만 그는 무려 금오 대왕을 베어버린 존재였다. 그때 다시 한번 사람들 속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다들 겁낼 거 없어요! 이천후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어쨌든 혼자잖아요! 우린 만 명이나 돼요! 다 같이 덤비면 침 뱉는 것만으로도 저놈을 익사시킬 수 있어요!” 그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천후를 죽이라고 선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천후는 조소를 머금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 “사람들 속에 숨으면 안전할 거라 생각했어?” 이때 그의 손끝에 검은빛이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곧이어 커다란 검은색 거궁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화살은 번개처럼 날아갔다. 황고신궁술의 첫 번째 형식이었다.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을 본 순간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그 화살이 정확하게 군중 속 한 남자를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긴 얼굴의 남자,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남자는 날아오는 화살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쾅. 검은 화살이 그의 몸에 꽂히자 남자의 육신이 터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