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2장
천부기의 의도가 순수할 리 없었다. 이천후에게 배정된 적염마는 평범한 마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적염마 중에서도 왕이라 불리는 존재였다.
그 적염마의 몸속에는 교룡의 피가 짙게 흐르고 있었으며 비늘로 덮인 날렵한 몸과 길고 가벼운 네 다리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게다가 그 몸을 뒤덮은 비늘 아래에 엄청난 에너지가 깃들어 있어 무려 열흘 밤낮을 전력 질주 할 수 있는 괴물 같은 지구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열한 마리의 적염마들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이 한 마리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적염마의 왕이라 불리는 만큼 아주 오만하기도 해서 천부기에서도 아무도 이 녀석을 길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이천후에게 이 마수를 배정한 것이었다. 그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우기 위해서.
“힘도 엄청난 데다가 혈기가 바다처럼 깊군. 마치 신수 같은 느낌이야!”
이천후는 눈앞의 적염마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런데 녀석의 눈빛에서 묘한 조롱이 느껴졌다.
‘네가 나를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천후, 보디가드가 되어서 말에게 내던져지는 꼴이라니! 창피하지도 않냐?”
유천호도 그를 조롱했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걸 보니, 내가 다 부끄럽다고!”
그러나 이천후는 마치 바보를 보듯 유천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한 번 타볼래?”
그러자 유천호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나는 내 말이 있는데 왜 네 말을 타야 해?”
그는 억지로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아찔했다.
예전에 이 적염마에 한 번 도전했다가 공중으로 수십 장이나 튕겨 나가 땅바닥에 얼굴을 찍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유천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겁나면 그냥 닥치고 있어.”
이천후는 유천호를 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다시 적염마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그야말로 신수라 불릴 만한 존재였다. 다른 적염마들보다 훨씬 거대한 몸집을 갖고 있었고 그 몸을 덮고 있는 비늘은 태양 아래서 붉은 서광을 뿜어냈다.
그리고 거만하고 위풍당당한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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