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4장
적염왕은 바로 그 살육의 전장 한가운데 있었다. 그는 칠흑 같은 중장갑을 두르고 있었는데 오직 눈과 사지의 일부만 드러나 있었다. 갑옷이 빈틈없이 몸을 감싸고 있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강철 덩어리 같았다.
이천후는 보기만 해도 그 갑옷의 무게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알았다. 최소한 십만 근은 넘어 보였다. 보통 말이라면 그 무게를 견디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적염왕의 등에 올라탄 자는 온몸을 전투 갑옷으로 감싼 신장이었다. 그의 손에 위엄 넘치는 청룡대도가 들려 있었으며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찬란하게 번쩍였다. 그의 기세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 한 사람과 한 마리의 군마는 마치 거대한 불도저처럼 전장을 헤쳐 나갔고 적들은 벼 베이듯 쓰러져 갔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같은 장비를 갖춘 수백 명의 기병. 이들은 앞을 가득 메운 적진을 향해 일제히 돌격을 감행했다.
이들이 향하는 방향을 보니 바로 적군의 주력이 위치한 곳이었다.
이천후는 즉시 상황을 파악했다. 이들은 반대편 사령관의 목을 베기 위해 진격하고 있었다.
적장을 잡으면 전쟁의 흐름이 뒤바뀐다는 말이 있듯이 그것은 전장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이천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단 수백 명에 불과한 병력이 수십만의 적병 한가운데로 돌격하고 있다니. 그것도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직진 돌파였다.
적들도 이들의 의도를 감지했는지 마치 거대한 홍수가 휘몰아치듯 중군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들은 하나둘씩 밀집된 방어선을 구축하며 주력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수백 기병이 내달리는 속도는 그야말로 거대한 강철의 홍수였고 적들이 필사적으로 구축한 방어선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말발굽에 부딪힌 병사들은 허공으로 튕겨 나가 뼈가 부서지고 살점이 으스러졌으며 피가 튀고 절규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적염왕의 등에 탄 신장의 청룡대도가 휘둘러지자 휘몰아치는 칼날에 적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그와 함께한 기병들도 마치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듯 적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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