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2장
이천후는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고마운 마음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이런 위기의 순간에 조민희가 그를 도와준 건 곧 희자와 철저히 등을 지겠다는 의미였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 해도 누가 그리 쉽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하하, 진심으로 고마우면 네 제곤을 나한테 줘.”
조민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짝이는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빛났다.
“물론 나한테 마음이 있으면 그걸 정표로 주는 것도 좋고. 난 기꺼이 받을 테니까.”
“꿈도 야무지네요.”
이천후는 눈을 흘기며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곧바로 진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밤 문철의 목을 베어 희자의 체면을 뭉개버리긴 했지만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는 곧 5대 황조와 완전히 원수가 된다는 뜻이고 피할 수 없는 생사대결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아직 천해연맹이라는 거대한 적도 남아 있었다.
...
긴 밤의 사투가 지나고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 마침내 요수들도 물러났다.
이번 전투는 너무도 처참했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수영 성녀의 말처럼 요수들의 맹렬한 맹습 앞에서 사망자는 거의 전체의 4분의 1에 달했다.
살아남은 무사들도 다 탈진한 상태였고 거의 모두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조금만 쉬죠. 이따가 날이 밝으면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하니까.”
이천후는 바닥에 널브러진 이들을 보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이천후의 위상은 이 무리 속에서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연창욱과 수영 성녀도 그의 말에 아무런 반박 없이 수긍했고 어쩐지 이 무리의 중심축이 연창욱에서 이천후로 옮겨가는 듯한 분위기였다.
연창욱 역시 그런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도 오늘 밤 이천후의 활약은 그조차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날이 완전히 밝아오자 각 진영은 다시 전진할 준비를 시작했다.
전장의 곳곳에 널린 시체들과 선연한 핏자국을 바라보며 모두들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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