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79장
이천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손을 썼다. 아무리 천란 성녀가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 그는 도망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조금만 더 잔혹했더라면 그녀의 정수리에 곤봉을 꽂아넣었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둘은 목숨을 걸고 싸울 만큼의 원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천후는 은혜와 원한을 명확히 구분하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천란 성녀를 죽이는 것은 천기 성지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고 그들과 얽히는 건 목숨을 내놓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제 천란 성녀는 그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조금 전의 무례한 행동에 더해 마지막에 날린 한 방까지, 그녀에겐 결코 사라지지 않을 상처가 되었다.
이천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그 어떤 생각도 중요치 않았다. 몸 안에 남은 봉령로의 잔재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몇 번 숨을 고른 뒤 이천후는 수백 리 밖의 산봉우리로 이동했다.
이제 천지이동스킬은 그에게 수백 리를 단숨에 넘나들 수 있게 해주었으며 그 전보다 훨씬 먼 거리를 커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천후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시 천지이동스킬을 몇 번 연달아 사용했고 결국 수천 리를 지나 외딴 산 중턱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은 수풀이 무성하고 인간의 발길조차 닿지 않는 황무지였다.
이천후는 신식을 퍼뜨려 사방을 살폈다. 잠시 후 주변에서 아무런 원기 흐름도 감지되지 않았다. 이는 이곳에 선정 광맥이 없다는 뜻이었고 그만큼 이곳이 사람들의 눈길에서 벗어난 장소란 뜻이기도 했다.
그제야 그는 마음을 놓고 제곤을 꺼내 바위벽을 파헤쳐 몸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의 동굴을 만들었다.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몸을 집어넣은 그는 이제 몸속에 남아 있는 봉령로의 잔재를 몰아내려 했다.
안연철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천란 성녀가 감히 그를 해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연철의 아버지는 창해역의 거상이자 천기 성지의 주요 스폰서였다. 그런 자의 아들을 천란 성녀가 해치려 든다면 그 대가는 천기 성지 전체가 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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