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9장
하지만 불행하게도 팔역 용광로는 제병을 모방한 물건이었다. 어떤 불꽃이든 정화해 그 본원을 추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기이한 도구란 말이다.
이제 분천원왕은 그 어떤 비술을 써도 허무 정화를 되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는 허무 정화와의 정신적 연결마저 완전히 끊겨 더는 감응조차 불가능했다.
크아아아...
분천원왕은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그 울부짖음은 파동이 되어 산봉우리 세 개를 산산조각 냈다.
금빛 주조처럼 완벽하던 그의 육체는 점차 빛을 잃고 있었고 털 하나하나에서 진홍빛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에겐 죽음보다도 잔혹한 수치였다. 자신이 천 년을 공들여 수련해온 두 종류의 성화들이 적의 장난감으로 전락했으니 말이다.
반면 이천후는 마음껏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는 이번에 새로 얻은 허무 정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 불꽃은 마치 정원 진화처럼 실체와 비실체의 경계에 놓여 있었다.
이 말인즉 정신력으로 다루는 법술을 통해 허무 정화를 자신의 정신력에 융합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정신력은 물론 정원 진화의 위력까지 비약적으로 증폭될 수 있었다.
정원 진화가 강해질수록 이천후의 정석술 역시 더 정교해졌다. 각종 정석진을 깨뜨리는 것도 쉬워지고 나아가 적의 혼과 인식을 불태우는 무기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분천원왕은 이미 좌절을 넘어 분노가 극에 다다른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탈것이었던 기린마를 잃은 것도 모자라 자신이 키워온 두 개의 신화를 한순간에 빼앗겼다. 심지어 지금 금색 전투 갑옷도 여기저기 바스라지고 있었다.
“내 혼과 피를 하늘에 바치노니!”
그가 혀끝을 깨물며 외치자 피 아홉 방울이 공중에 떠올라 토템을 그리기 시작했다. 맹세가 완성되자 하늘이 갈라지고 천둥 같은 굉음이 실체를 가진 것처럼 사방에 울려 퍼졌다.
“오늘 이 찬란한 하늘 아래서 맹세하노니, 이천후를 죽이지 않는 한 나는 다시는 원숭이족이라 불리지 않겠다!”
분천원왕의 분노는 더 이상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는 정혈을 묻혀 그 맹세에 심오한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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