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44장
이천후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인파가 모인 중심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도 없는데 소매 자락이 스르륵 흔들리더니 양옆의 자개꽃 덩굴이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그가 돌아볼 새도 없이 귓가에 꿀향기 가득한 숨결이 얽혀 들려왔다.
“이런 우연이... 우리 또 만났네요.”
그 목소리는 마치 달빛 아래 흐르는 샘물이 복사꽃 술에 젖은 듯했다. 향기롭고도 은근히 취하게 만드는 목소리, 바로 천호족의 홍비 공주였다. 그녀가 또 나타났다.
이천후는 당황했다.
‘아니, 분명 가면까지 써서 얼굴을 완전히 바꿨는데... 이 여우년 설마 또 날 알아본 건가?’
그는 능청스럽게 아무 일 없다는 듯 말했다.
“사람을 착각하신 듯한데요?”
“하하하... 조금 전에 본 얼굴인데 어떻게 그렇게 모르는 척을 해요? 우리 어머니 말씀이 맞았네요. 인간족 남자들이란 다 은혜도 모르고 배은망덕한 족속이라니까.”
홍비 공주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나긋하게 웃었다.
‘헐...’
이천후는 속으로 경악했다.
‘이 여우, 눈이 어떻게 된 거야? 천기마스크의 위장도 간파한단 말이야?’
“전 그쪽이 너무 궁금해요. 저 앞 정자에서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홍비 공주의 여우 같은 눈빛이 무한한 매력을 품고 반짝였다.
그 우아하고 요염한 자태가 살랑살랑 흔들릴 때마다 보는 이들의 숨을 앗아갈 듯 치명적인 풍모를 풍겼다.
천 가지 매력, 만 가지 유혹, 그리고 영혼까지 빨아들일 듯한 요염함.
하지만 이천후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전 안 가요.”
“왜요?”
홍비 공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야... 그쪽한테서... 여우 냄새 나니까.”
‘여우 냄새?’
홍비 공주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녀 몸 어디에도 악취는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서 기품 있고 은은한 향이 났다.
그건 천호족에게만 있는 고유한 향인데 천 년 숙성된 술보다 더 향기롭고 황홀한 향이었다.
무사들이 그 향을 맡으면 곧장 정신이 아득해져 기꺼이 그녀를 위해 목숨도 바칠 지경이 되는 그것은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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