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0장

조민희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금 약하게 박았네.” “응?” 탁재환이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부상 잘 회복하라고. 뼈랑 근육에만 상처 생긴 거니까 치명적인 건 아니야.” 조민희는 웃음을 참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넌 정말 착하구나. 부상 회복 잘하라고 걱정까지 해주다니. 나를 이렇게 아껴줄 줄이야. 평소엔 몰랐는데 막상 일이 닥치니 네 마음이 이렇게 드러나네...” 탁재환은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격에 겨워했다. 그러나 옆에 있는 이천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민희 성녀 저 악녀는 사고를 쳐놓고도 생글생글 웃으며 걱정하는 척을 하다니.’ 그리고 탁재환은 정말 구제 불능이었다. 자기를 그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한테 감사의 눈물을 흘리다니, 이런 얼간이가 또 있을까 싶었다. “어? 저 사람은 누구예요?” 진기범이 조민희 뒤에 서 있는 마치 철탑처럼 우람하고 피부가 까무잡잡한 청년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 청년에게 향했다. 신마기린이 인간의 형체로 변한 채 서 있었는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신마기린은 고개를 치켜들며 오만하게 굴었다. 시선 따위 신경도 안 쓴다는 듯한 표정으로 거만하고 도도하기 이를 데 없었다. “허, 저 녀석 표정 좀 봐. 어디서 굴러먹다 온 망나니야?” 탁재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아무도 맞장구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청년에게서 풍겨 나오는 묘한 위압감이 모두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요족인 진기범과 도요는 더욱 뚜렷하게 그것을 느꼈다. 그들 둘은 그 까무잡잡한 청년에게서 마치 산이 내려앉은 듯한 중압감을 느꼈다. 그건 분명 혈통에서 비롯된 위력, 아주 오래되고 강력한 요족의 기운이었다. 둘은 잠시 눈을 마주쳤고 마음속으로 동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녀석, 요족이야. 그것도 피가 아주 강한 보통내기가 아닌 놈이야.’ “자, 내가 소개할게. 이 아이는 나랑 이천후의 아들이야.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