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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2장

이천후는 무리를 이끌고 황촌을 외진 골짜기로 옮겼다. 그제야 방어 진법과 영력 결계를 겹겹이 설치한 뒤에야 팽팽하게 조여 있던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지금 소지한의 정체는 짙은 안개 속에 가려진 듯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이천후는 더는 그 일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다. 당장 시급한 건 처참한 전투의 뒷수습이었다. 몇 시간 후 청송 언덕에 마흔 개가 넘는 새 무덤이 줄지어 섰다. 산바람은 종이돈을 휘날리며 사람들 옷자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탁재환은 피 묻은 부러진 칼을 움켜쥔 채 맨 앞줄에서 무릎을 꿇었고 칼자루는 타들어간 흙바닥에 깊이 박혔다. “얘들아, 부디 편히 가... 너희는 모두 전장에서 쓰러진 진정한 전사였고 우리 5대 산채의 자랑스러운 형제들이었어! 똑똑히 봐둬. 지존연맹이 너희에게 진 빚, 내가 반드시 그놈들 피로 갚게 만들겠어!” 쉰 목소리로 외친 절규는 숲속의 까마귀 떼를 놀라 날아오르게 만들었고 뒤따르던 스무 명 남짓의 사내들은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반짝이는 날이 핏발 선 눈동자 속에서 번뜩였다. 조상민은 얼굴에 달라붙은 핏딱지를 거칠게 닦아냈고 진흑곤은 바위에 주먹을 꽂아 금을 내버렸다. 심지어 뒤늦게 합류한 진기범 일행도 허리에 찬 검을 꽉 움켜쥐었다. 피 웅덩이에 쓰러진 사내들은 불과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들과 어깨동무하며 구운 짐승 다리를 나눠 먹었다. 공작, 도요 등 여자들조차 짙은 슬픔에 젖어 있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들도 이제 황촌의 일원이었다. 죽은 자들은 그들과 함께 싸운 전우이자 형제였다. 이번 전투는 비록 처참했지만 황촌 사람들의 결속을 완벽히 증명해냈다. 그 생사를 오가는 전장에서 단 한 사람도 도망치지 않았다. 모두가 피를 흘리며 싸웠다. 긴 침묵 끝에 모든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천후에게로 모였다. 그는 모두의 중심이자 황촌의 이장이었다. 이천후는 이름이 새겨진 묘비를 하나하나 어루만지다 말고 갑자기 손을 들어 팔극신검을 소환했다. 검이 울부짖는 소리는 구름을 뚫고 산을 가르며 퍼져나가 백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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