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8장

지금 이 순간 전장의 모든 시선이 극광 성자에게 쏠렸다. 그는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몸이 건장한 것도 아닌 평범한 청년이었지만 그가 뿜어내는 기세는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 정도였다. 오묘하고 심오한 공간 신통에 상상을 초월하는 전투력까지, 보는 이들의 혼을 뒤흔들었고 함성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가 펼친 공간 비술은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하늘과 땅이 거꾸로 뒤집힐 듯한 위세를 보여주는 그는 이미 우주를 초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하늘 가득 수놓인 별빛이 그의 등 뒤로 흘러가고 수많은 적들이 이루어낸 철벽마저 그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휘광처럼 찬란한 빛의 궤적이 창공을 가르자 그것이 지나간 자리마다 공간이 조각조각 부서졌다. 그러나 누구도 극광 성자의 옷자락조차 건드릴 수 없었다. 마치 전쟁의 신이 현세에 내려온 듯 그는 전장을 유린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그 한 방에 산천이 무너질 기세였고 만악 성자는 그대로 하늘 끝까지 튕겨나갔다. “으아아악!” 만악 성자의 목구멍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는 이제 무공을 펼칠 틈조차 없었다. 온몸의 뼈는 부서진 옥처럼 산산조각 나 있었고 심지어 혼마저 금이 가 있었다. 이제 그의 모습은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았고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극광 성자, 이천후! 황촌의 벌레 같은 것들아, 두고 봐!” 죽음의 문턱에 선 만악 성자가 이를 악물고 혀끝을 깨물었다. 그 순간 그의 정수리 위로 오색 구름이 폭발하듯 솟구쳤고 구름 사이로 거꾸로 흐르는 은하가 어른거렸다.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작은 세계들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장면이 펼쳐졌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천상의 음악이 은은히 울려 퍼졌는데 바로 요광 성자가 줬던 전설급 보물 ‘주천경운’이었다. 극광 성자의 공간 절단술이 구름에 내려쳤지만 그 위에 마치 수백 겹의 거울 세계가 중첩된 듯 허상만 튕겨나왔다. 그의 눈앞에 있던 만악 성자가 수장 밖으로 물러선 듯 보였지만 실상은 수천 겹 시공의 뒤편에 숨어버린 꼴이었다. 극광 성자의 공격은 모조리 헛수고가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