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52장
“상황은 어때?”
이천후는 다급히 달려와 물었다. 그의 눈동자엔 깊은 안도감과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핏빛 노을 아래 조민희의 은색 갑옷이 싸늘한 광채를 뿜고 있었다. 천선파의 성녀인 그녀는 만악 성자의 최강 수하 선황 성자를 홀로 막아냈고 가장 위급한 순간에 세 명의 신장까지 단신으로 막아냈다. 그로 인해 마혈이 그녀의 전투복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 세 신장, 이번에 제대로 당했어.”
조민희는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손끝에 남은 도문 살진의 잔광을 흔들었다.
“자양종이 그놈들의 얼굴을 산산조각 냈고 천마식심진은 그놈들의 뼈까지 깨물어 삼켜버렸어.”
서라차 마왕은 피를 흘리는 전투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박장대소했다.
“만악 그 개자식이 기른 졸개들과 거기 붙어 있던 수백 놈까지 전부 깨끗이 도륙냈지!”
이천후는 그 말을 듣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솟구쳤다. 그들의 전과는 실로 경이로웠다.
적산의 전력 중 무려 4분의 1을 이 한 전투로 날려버린 셈이었다. 이건 거의 기적이라 해도 될 전과였다. 소문만 퍼져도 등천로 전체가 들썩이고 거센 돌풍이 일 것이 분명했다.
다른 이들도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믿기 힘든 대승은 그들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이뤄낸 쾌거였고 모두가 그 영광을 함께 누릴 자격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천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선을 조민희에게 돌렸다.
“많이 다쳤어요?”
그러자 조민희는 등을 돌려 긴 머리카락을 들춰 올렸고 그녀의 희고 고운 등에 얼음이 갈라진 듯한 붉은 균열 자국들이 얽혀 있었다. 그 상처는 마치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 요염하게 핀 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부적 하나 새로 그려서 붙여줄래?”
이천후는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지난번보다는 덜 심각하니까 같이 수련하면 금세 나을 거예요.”
조민희는 가볍게 웃었다. 그녀의 옷자락이 바람 없이 나풀거렸고 그 모습엔 한 줄기 비극미 속에 은근한 매혹이 스며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던 이천후는 불현듯 쑥스러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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