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3장
이천후가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기고 있던 순간 그의 시야 끝자락에 포착된 것은 금빛 새끼 사자의 입가에서 스쳐 지나간 한 줄기 교활한 웃음이었다.
‘안 돼!’
심장이 세차게 뛰었고 이천후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불길함은 맹수처럼 덮쳐왔고 곧이어 손바닥을 중심으로 폭발하듯 퍼져나간 감각,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마비감이 손끝에서 솟구쳐 전신을 찔렀다.
그 느낌은 마치 수만 개의 보이지 않는 바늘과 구천지하의 한기로 단련된 강철침이 그의 혈육과 골수를 단숨에 꿰뚫고 들어온 듯했고 동시에 허공 깊은 곳에서 내리꽂힌 멸세의 뇌격이 몸 전체를 정통으로 가격한 것만 같았다.
“으윽!”
그는 신음과 함께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뇌제 보술! 진!”
다행히 반응은 눈 깜짝할 새였다. 이천후의 기해에 잠들어 있던 뇌제의 부문이 즉시 각성했고 찬란한 자줏빛을 폭발적으로 뿜어냈다. 그 빛은 그 순간 그의 몸 안에서 미쳐 날뛰던 낯선 뇌전을 억지로 눌러 가라앉혔다.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의 찰나 물러나는 파도처럼 마비감이 빠르게 사라졌고 이천후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강렬하게 금빛 새끼 사자에게 고정됐다.
“방금 그거 허공 신뢰지? 네가 그걸 쓸 줄 안다고?”
그의 뇌리엔 뇌제의 유산인 부문이 경고처럼 전해주는 정보가 울려 퍼졌다. 금빛 새끼 사자가 방금 터뜨린 그 기이한 번개는 고대 뇌제마저도 두려워한 금지의 신뢰인 허공 신뢰였다.
이 신뢰는 형체도 없고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어떠한 감각으로도 감지할 수 없으며 모든 방어를 무시하고 생명의 근원에 직격으로 침투한다. 그것이 깃든 파괴력은 너무도 강력하고 독하기에 소리 하나 없이 모든 존재를 가장 원초적인 ‘무’의 입자로 해체시켜버린다.
이것은 말 그대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음험한 ‘죽음의 키스’였다.
그 순간 이천후의 뇌리 속에 뇌제 부문이 전해주는 과거의 어두운 기록들이 소용돌이쳤다. 그 오래된 수련사 속 모든 세계를 뒤덮었던 공포의 이름‘천정’, 그것은 신전도 신계도 아닌 우주를 관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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