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4장
파악.
이때 공기를 가르며 맑고도 단단한 소리가 터졌다. 평소 같았으면 천하의 여우처럼 재빠르게 피했을 금빛 새끼 사자가 이번에는 웬일인지 그대로 맞아버렸다. 마치 돌상처럼 미동도 없이 서서 이천후의 손바닥을 정통으로 받아낸 것이다.
강하게 내리친 그 한 방에 거대한 몸뚱이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몇 가닥의 금빛 털이 천천히 허공을 가르며 떨어졌다.
‘왜 멍을 때리지?’
이천후는 손을 거둔 채 여전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새끼 사자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이 녀석답지 않은 반응에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금빛 새끼 사자의 반응이 너무 이상했다. 평소 같았으면 난리법석을 떨며 튀었을 놈이 왜 가만히 있을까?
“뇌제 보술... 정말 뇌제 보술이었어...”
금빛 새끼 사자의 입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꿈속을 헤매는 사람처럼 낮고 탁했고 그 말은 무한한 세월과 먼지를 뚫고 나온 듯 메마르고 건조했다.
그 눈빛 속에서 평소의 명랑하고 장난기 어린 생기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깊고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늪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수많은 별의 탄생과 소멸이 그 안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처럼 새끼 사자의 눈동자 깊은 곳은 끝이 없었다.
복잡한 감정들이 새끼 사자의 얼굴 위에서 굽이쳤고 시간조차 멈춘 듯 고요한 순간이 흘렀다. 그러다 두 방울의 크고 뜨거운 눈물이 금빛 새끼 사자의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며 반짝이는 황금빛 털을 적셨다.
이천후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결국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야, 너 왜 그래? 고작 한 대 때렸을 뿐인데 왜 울기까지 하냐고?”
그제야 새끼 사자가 먼 기억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들어 앞발로 황급히 얼굴을 쓱 문질렀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금빛 새끼 사자는 숨을 들이쉬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잠을 오래 자고 일어난 듯 쉬어 있었고 진중했다. 그리고 말 하나하나에 영겁의 세월이 깃든 듯 듣는 이조차 숨을 고르게 만들 정도였다.
“별일 아니야. 그냥 주인의 전승이 다시 세상에 드러난 걸 보고 잠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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