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7장
말을 마친 이천후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금빛 새끼 사자도 멋들어진 금빛 갈기를 휘날리며 뒤따랐다. 무게감 있는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넘치는 위엄과 위력이 느껴졌고 그 당당한 자태에 주변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사자가 함께 등장했을 뿐인데 마치 온 공간의 중심이 그들로 이동한 듯 분위기가 단숨에 휩쓸렸다.
“우와악! 금빛 새끼 사자 아냐?”
누군가의 격한 외침이 먼저 터졌다. 불가 근처에서 털썩 주저앉아 있던 탁재환이 벌떡 일어나더니 금빛 새끼 사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에 침 튀기며 외쳤다.
“야, 이놈아! 너 우리 수장이 준 어수환 안에서 낮잠 자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언제 깬 거야? 이리 와봐! 살이 얼마나 쪘나 보자! 어서 와서 아빠라고 불러 봐!”
치지직.
금빛 새끼 사자는 탁재환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단지 하찮은 듯 콧구멍에서 금빛 전기 한 줄기를 흘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티끌만 한 전기 불꽃이 순식간에 하늘의 뇌원을 자극했고 이내 허공에서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굵은 금빛 벼락이 직경 사발만 한 크기로 탁재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으아아악!”
기괴한 외침은 곧 찢어질 듯한 비명으로 바뀌었고 번개는 눈부신 섬광과 함께 탁재환의 전신을 삼켜버렸다. 번개가 지나간 자리에선 익숙하면서도 기이한 탄 냄새와 타들어간 머리카락 냄새가 풍겨왔다.
광휘가 사라지자 검게 그을린 탁재환의 형체가 드러났는데 그의 머리카락은 전부 곤두서고 연기를 뿜었으며 그나마 멀쩡했던 도포도 누더기로 변해 마치 거지 같았다. 그 새까만 얼굴 위에서 오직 눈동자 두 개만 번쩍이며 살아 있었고 입에선 검은 연기가 빠져나왔다.
그는 말도 못 하고 멍한 얼굴로 땅바닥에 뻣뻣하게 쓰러졌고 두세 번 간헐적으로 몸을 떨다가 그대로 멈췄다.
금빛 새끼 사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우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마치 단순히 바람결에 털 한 올을 털어낸 정도의 무심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시선이 군중 속 어딘가에 닿자 마치 무언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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