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3장
이천후는 금빛 새끼 사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사를 함께하는 이 인연은 그 어떤 맹세보다 굳건하고 단단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세계수의 파편을 조심스레 강산대 속에 넣었다. 그것은 앞으로의 도를 닦아나가는 데 있어 반드시 다져야 할 초석이 될 존재이기 때문에 당장 써먹기보단 오랜 세월 천천히 아끼고 온전하게 깨우쳐야 할 보물이었다.
이전에 수많은 목속성 보물을 놓치고 나서 남았던 아쉬움과 허탈감은 이 순간 모두 말끔히 씻겨나갔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과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설렘이었다.
이천후는 그 감정을 억누르려 해도 입꼬리를 멈출 수 없었고 마음속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확신에 차 있었다. 하늘은 높고 바다는 넓으며 자신의 도는 찬란히 빛나고 있으니.
그와 금빛 새끼 사자 사이의 정신적 교류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짧고도 깊었고 또 극히 은밀하게 이루어졌어서 황촌의 다른 이들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이 보기엔 단지 이천후가 정석 150만 근이라는 천문학적인 거금을 들여 등룡각조차 외면한 채 겉보기엔 그저 새까맣고 생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죽은 나무 조각 하나를 사들였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의아함과 이해할 수 없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 하나 입을 열어 비웃거나 폄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괴목’은 이미 눈앞에서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비범함을 증명해 보였으니까.
두 개의 신화도 그것을 태워내지 못했고 마족의 성수조차 스며들지 못했으며 이천후가 자랑하는 심오한 목속성 신통조차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런 나무 조각이 어떻게 범물일 수 있겠는가?
이천후의 거금으로 나무를 산 소동은 황촌 내부에 잠시 파문을 일으켰으나 곧 조용히 가라앉았다. 왜냐하면 이제 모든 이들의 시선과 집중은 곧 일어날 ‘그날’에 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촌은 이미 세상에 삼일 후 병력을 이끌고 태원 고대 광맥으로 출병한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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