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1장
‘전 병력 출동’ 이 짧은 한 마디는 산보다 무거운 각오였다. 그 속에 담긴 뜻은 명확했는데 그들에게 물러날 곳도 없고 예비병력도 없었다.
그곳이 함정이라면 돌이킬 수 없는 전면 파멸의 전장이라는 것을 의미했고 그들의 적은 깊은 내공과 수많은 강자를 거느린 지존연맹이었다. 그들은 고대 전로의 패권을 쥐고 천지를 쥐락펴락하는 거대한 세력이다.
이번 작전은 그 어떤 과거의 전투와도 완전히 달랐다. 그동안 황촌은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는 어둠 속의 사냥꾼이었고 정교한 함정을 짜는 자들이었다. 또한 지형의 이점을 살리고 기습의 주도권을 쥐며 한 수 앞서 찔러넣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이번에는 황촌의 이들이 먼저 날을 드러냈고 적진 깊숙이 적의 심장부로 침투해 전략 요충지를 정면으로 박살 내려 했다. 이것은 맹수의 아가리에서 이빨을 뽑아내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천후는 본디 하늘도 땅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긴 하나 그것이 곧 무모함을 의미하진 않았다. 그는 절대로 황촌 사람들을 데리고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진 않을 사람이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은 그의 머릿속에서 수천 갈래의 가능성을 뒤집고 뒤엎으며 불꽃처럼 타올랐다.
한편 침묵 속에서 흘러가는 매 순간 황촌의 전사들 눈동자엔 점점 더 절박한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늘 저 멀리 여명은 점점 짙어졌고 붉은 기운이 어둠을 삼켰으며 산과 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이천후는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았고 그 침묵은 곧 모든 이들의 초조함으로 번져갔다.
“이천후!”
이때 날카로운 외침이 정적을 갈랐고 김치형의 목소리는 대지를 울릴 듯한 천둥 같았다.
“대체 뭘 꾸물대는 거야? 너 겁먹은 거야?”
이천후의 시선이 천천히 그를 향해 꽂혔다.
김치형은 누구보다 전투를 갈망했고 피와 전쟁을 곧 인생으로 여기는 순수한 투사였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소리쳤다.
“겁났다면 내가 혼자서라도 신흔 고대 광맥 쓸어버리고 올게!”
그 순간 이천후가 그의 말허리를 베듯 끊었다.
“그렇게 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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