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2장

모든 이가 마치 정체 마법이라도 걸린 듯 자리에 굳은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시선은 일제히 완전히 탈태환골한 약초밭에 고정되어 있었고 마치 시간마저 정지된 듯한 공기 속에는 혈과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윙윙거림과 사람들의 멎어버린 듯한 숨소리만이 간신히 들려올 뿐이었다. 눈앞의 이 모든 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실로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광란의 기적이 한 폭의 꿈처럼 펼쳐지고 있었고 그 기묘하면서도 장엄한 광경은 마치 환상 속을 걷고 있는 듯, 사람들의 이성을 이탈시켰다. 약초밭 전체는 이미 완전히 뒤바뀌었다. 원래는 고작 두 자 정도 되는, 다소 왜소했던 혈과수들이 이제는 모두가 미쳐 날뛰기라도 한 듯 자라나 평균 오 자를 훌쩍 넘는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뒤틀리듯 굵고 튼튼한 가지들, 혈색으로 무성한 잎사귀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뻗어 있었고 전체 과수원은 대지를 뚫고 솟구친 숲처럼 우뚝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심지어 고대 천지의 영기가 진액처럼 흘러넘치던 시대조차 혈과수를 정성스럽게 정점까지 길러낸다 하더라도 높이는 고작 네 자 정도에 불과했다. 즉 이천후가 단 반 시진 동안 행한 이 교화로 인해 지금 이 나무들은 고대 황금시대조차 뛰어넘은 진화의 경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 미친 변화는 단지 나무의 키나 형태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진짜 광기가 피어난 곳은 바로 그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혈과’에 있었다. 단지 혈문이 하나둘 보완된 정도가 아니라 과실의 크기 자체가 전혀 다른 생물처럼 변화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아이의 주먹 정도에 불과하던 열매들이 지금은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더 크게 부풀어 올라 압도적인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빛나는 과피 위에는 광휘가 유유히 흐르고 그 안에 깃든 혈기 또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증폭되었다. 대체 백 배 그 이상의 혈기였고 과실의 내부에서 짙고 진한 혈색 정기가 마치 실체를 가진 불꽃처럼 소용돌이치며 거칠게 내달리고 있었다.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