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12장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미인의 은혜인데 하물며 풍채가 뛰어난 성녀가 이렇게 단단한 자세로 이토록 무거운 약속을 내건다면 거절하기 어려웠다. 이천후는 목이 메고 가슴 속이 꽉 찬 듯 답답했으나 결국 한숨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있었다.
천기 성수는 원슬미를 바라본 뒤 이천후를 차갑게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콧방귀를 뀌었을 뿐이었다.
성수가 떠나자 장내의 억눌린 분위기는 다소 풀리기 시작했지만 성녀들이 이천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얽혀 있었다.
원슬미는 이천후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평온하지만 깊은 뜻이 담긴 눈빛을 남긴 뒤 돌아서서 올 때처럼 마치 보이지 않는 연꽃 위를 걷듯 유연하게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영원히 곁에 있겠다’는 맹세는 마치 보이지 않는 장벽처럼 다시는 나올 수 있는 어떤 논란도 막아 버렸다. 천기 성지의 성녀들은 모두 잠자코 있었다. 그녀들은 겉보기에는 온화해 보이는 넷째 성녀 원슬미가 사실은 바위처럼 완강한 고집을 지녔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일단 마음을 정한 이상 아무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이천후에게 보내는 성녀들의 시선에 무언의 기도가 담겨 있었다.
‘부디 저 진지한 마음을 저버리지 마세요.’
원래 축복과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주선 혼인은 결국 여자의 고백과 남자의 애매한 거절 속에서 서둘러 막을 내렸다. 양측 모두 성지에서 수확한 혈과를 처리해야 했고 천기 성수는 마음속 분노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조건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냉정하게 이천후에게 먼저 황촌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이천후는 바랄 것이 없었고 딱 맞게 돌아가서 우나연을 위해 두 번째 각성을 시도할 계획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우연인지 일부러 그렇게 배치한 것인지, 그를 배웅하는 이는 바로 청련 성녀 원슬미였다.
그녀는 홀로 선선히 선원 출구에 서 있었다. 단정한 연꽃 무늬의 긴 치마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몸선을 드러냈고 원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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