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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3장

이천후와 원슬미는 곧 발길을 돌려 나란히 남원 연지를 향해 걸어갔다. 천기 선원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어 누각과 정자들이 신령스러운 안개와 선화 사이에 어우러져 있었고 남원으로 향하는 길은 그윽하고도 길게 이어졌다. 원슬미는 연꽃 같은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며 앞서 나아갔고 이천후는 반 걸음 뒤에서 그녀 곁을 따라가며 의도적으로 시선을 그녀에게 머물렀다. 그의 눈길은 마치 살피는 기구처럼 먹빛의 긴 머리에서부터 아득한 안개에 가려진 듯한 눈동자, 티 하나 없는 옥 같은 얼굴, 백조 같은 고운 목선을 지나 소박한 의복 아래서도 숨길 수 없는 아찔한 곡선의 가슴과 가냘프고도 매혹적인 허리, 길게 뻗은 다리, 그리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곡선을 그리며 흔들리는 둔부에 이르렀다. 이천후의 눈길은 뜨겁고 노골적이며 감탄을 담고 있었으니 거의 난봉꾼의 무례함에 가까웠다. 만일 이 자리에 민예담이 있었다면 진작 살기 서린 기운을 뿜어냈을 터였다. 그러나 앞서 걷고 있는 원슬미는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여전히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눈을 흘기지 않고 차분히 나아갔다. 그 자태는 마치 사람 없는 세계를 홀로 걷는 듯하였고 또한 속세에 태어났으나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청련과도 같았다. 이천후의 눈길이 그 어떤 여인이라도 얼굴을 붉히게 할 만큼 뜨겁게 쏟아졌으나 원슬미에게서는 작은 물결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이천후의 눈길을 무너뜨리지 않는 그녀의 고요함은 억지로 꾸민 자제심이 아니요,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본연의 품성이었다. 그 초연한 평정은 세상의 모든 요란과 엿보기를 무력하게 만들 만큼 깊었다. 행보에 따라 흔들리는 그녀의 자태는 매 순간 신묘한 곡선을 그려내며 마치 조물주의 손끝에서 완성된 걸작 같아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웠다. 다행히 길게 뻗은 길에 천기 성지의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었다. 성지에서 시켜 성녀들이 일부러 자리를 비운 것인지, 혹은 우연의 조화인지 알 수 없으나 두 사람만을 위한 고요한 ‘2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반 시간쯤 걸어가는 동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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