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43장

금빛 새끼 사자 역시 번쩍 고개를 들었고 눈동자 속에 놀라움과 의구심이 스치고 지나갔다. 연습실 안은 완전히 죽은 듯한 고요에 잠겼다. 마치 방금까지의 모든 요란한 기세가 환상처럼 사라져버린 듯했고 또 한편으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가 그 고요 속에서 은밀히 움트고 있는 듯한, 혹은 영원히 꺼져버린 듯한 기묘한 느낌만 남아 있었다. 이천후는 문밖에서 오랫동안 숨죽인 채 기다렸다. 그러나 그 안의 침묵은 끝이 없는 심연처럼 모든 소리를 집어삼켜 버렸고 더는 어떠한 움직임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죽음 같은 고요가 조금 전의 천둥 같은 굉음보다 더 불안하게 가슴을 옥죄었고 결국 이천후는 참지 못하고 연습실 앞으로 다가가 문틈 사이로 안쪽을 살며시 엿보았다. 끼익... 문이 안쪽에서부터 천천히 열렸고 우나연이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걸이는 무거웠고 얼굴에 조금 전까지의 설레고 흥분된 기색은 이미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짙은 낙담과 허탈이 드리워져 있었고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오빠...”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목소리에 알아차리기 힘든 가느다란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 “저... 저 실패했어요...” 그 말을 듣자 이천후의 가슴에도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뜻밖의 결과가 아니었다. 금빛 새끼 사자의 재수 없는 입에서 나온 말처럼 혼돈마신의 혈맥을 두 번째로 깨운다는 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나 다름없으니 그 난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곧 마음을 다잡으며 아쉬움을 억눌렀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 발 앞으로 다가가 우나연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다정하게 위로했다. “괜찮아. 한 번으로 안 되면 또 하면 되지. 널 위해 준비해 둔 자원은 얼마든지 있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소매를 크게 휘날렸다. 쉬잇. 쉬잇. 쉬잇. 순간 찬란한 빛무리가 다시 시야를 가득 메웠다. 짙은 혈기와 생명의 정수가 거의 실체로 굳어질 듯 퍼져나갔고 탁자 위에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도과들이 줄지어 나타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