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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장

“이름은 말하지 않겠어요. 오늘은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요.” 이천후가 담담하게 말했다. 황태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름도 밝히지 않는 건 분명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러나 그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곧바로 표정을 가다듬고 다시 주먹을 쥐어 인사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안으로 모시겠네.” 강용식은 황태영과 몇 번 거래를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잘 알고 있었다. 황태영은 중주 일대에서 상당히 유명했고 이 바닥에서의 명성 또한 자자했다. 그런데 이천후가 황태영의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을 보고 강용식은 마음속으로 긴장했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항상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치명적인 원한을 살 수 있었다. 이천후가 너무 젊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예 황태영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천후는 당연히 황태영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황태영이 현급 무사일 뿐만 아니라 설령 그의 실력이 열 배나 더 강해져서 지급으로 승급했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응접실에 도착한 후 몇 잔의 차가 올라왔고 황태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는 오늘 호상 무술관에 처음 온 것 같은데 무슨 일 때문에 왔나?” 이천후는 긴 말 필요 없이 혈옥 반지를 꺼내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반지는 관장님이 강용식 씨에게 준 거예요?” 혈옥 반지를 보자 황태영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얼굴의 미소는 여전했다.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맞아.” 황태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상대방의 목적을 가늠하고 있었다. ‘이들이 반지를 노리고 온 거라면 혹시 돈을 원하는 건가?’ “강용식 씨에게 들으니 반지를 변색시킬 수 있는 여자를 찾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천후가 물었다. “맞아.” “왜 그러는 거예요?” 이천후가 다시 물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사적인 일이라 말할 수 없어.” 황태영은 이천후의 집요한 물음에 그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답을 주저했다. 도대체 그가 돈을 노리고 온 것인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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