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6장

이천후를 내쫓을 기회도 없이 갑자기 경매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바라보고 표정이 얼어붙었다. 여성 재벌 유나영이 등장한 것이다. 유나영은 여전히 붉은 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정갈하게 뒤로 올려 묶은 상태였고 정교한 얼굴은 검은색 베일로 살짝 가려져 있어 마치 꿈속 환영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몸매는 매혹적인 곡선을 그리며 드레스 아래 완벽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경매장 전체를 압도했다. 게다가 유나영에게서 나오는 강력한 기운이 홀 전체를 휘감았다. 원래 시끌벅적했던 홀은 유나영이 들어서자마자 순간 고요해졌다. 유나영은 앞쪽으로 나아가더니 이천후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향긋한 향기가 퍼졌지만 이천후는 아무런 반응 없이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유나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대사님께 인사드립니다.” 그녀의 말 속에는 약간의 경외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천후는 간단하게 ‘네’ 하고 대답했을 뿐, 다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는 주위 사람들에게 전혀 들리지 않았다. 유나영은 사람들이 많은 이곳에서 그와의 관계를 드러내지 않고 그를 그저 낯선 사람처럼 대했다. 하지만 이때 다른 이들은 이천후를 향해 분노로 가득 찬 눈길을 보냈다. “맙소사, 저 녀석이 유나영 대표랑 나란히 앉아 있다니, 저게 말이 되나?” “저렇게 가까이 앉아 있으면 유나영 대표의 향기까지 맡을 수 있겠네! 이와중에 가만히 있다니. 박씨 가문 사람들은 뭐하는 거지? 왜 저 녀석을 내쫓지 않는 거야?” “진짜 뻔뻔하네. 자기 주제를 전혀 모르는군. 저 자리에 자기가 앉을 수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홀 안의 사람들은 이천후를 보며 질투와 분노를 느꼈다. 그들에게 유나영은 신성한 존재이자 그들의 마음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한 남자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모욕처럼 느껴졌다. “누가 저 이착이라는 놈 좀 쫓아내 줘요!” 이때 옆에 있던 한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