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어쩔 수 없이 김성호는 작은 모텔 밖에서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바로 유하연이 나올 때 직접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것. 만약 그녀가 경찰을 불러주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그 강도들에게 맞아 죽었을지도 몰랐다. 유하연은 그의 생명의 은인과도 같았기에 감사 인사는 반드시 해야만 했다. 하지만 유하연은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녀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생각보다 깔끔한 내부에 살짝 놀랐을 뿐이다. 대충 정리를 마친 후 욕실로 향해 몸을 깨끗이 씻었는데 장거리 이동으로 쌓인 피로도 함께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따뜻한 물줄기가 온몸을 감싸자 살 것 같았다. 긴장이 풀린 덕인지 그녀는 침대에 몸을 던지자마자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완전히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고작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유도경의 사람들이 이미 이 작은 모텔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유도경은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모텔로 들이닥쳤다. “뭐 하는 겁니까?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겁니다!” 기겁한 모텔 주인이 소리쳤지만 유도경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의 부하들은 순식간에 주인을 제압하고 카운터에 밀어붙였다. 주인은 몸부림치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소용없었다. 이제껏 조용했던 모텔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자 투숙객들도 문을 열어 상황을 살폈는데 무장한 사내들의 위압적인 모습에 모두 기겁해 황급히 짐을 싸 도망치기 시작했다. 유도경은 그들이 도망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고 부하들에게 객실과 떠나는 투숙객들을 샅샅이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그때서야 유하연도 소란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순간 정신이 멍해졌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늘 긴장 속에서 살아온 덕에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조심스럽게 도어스코프를 통해 밖을 살폈는데 투숙객들이 황급히 떠나는 모습이 보였고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유하연의 두 눈이 커졌다. ‘유도경이 벌써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