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유도경은 유하연이 갑자기 폭발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쿠션이 날아올 때 그가 피하지 않았기에 그대로 머리에 맞았고 순간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너...”
유도경은 눈살을 깊이 찌푸리며 고개를 들더니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정면에서 마주친 유하연의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유하연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돼 있었는데 그 속에 서린 증오가 넘쳐흐를 듯 날카롭고도 적나라했다.
유도경은 하려던 말을 모두 멈췄다.
왜인지 그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이상하게도 버거워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말을 더 붙이는 것은커녕 마주 보기도 어려웠다.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등을 돌려 방을 나섰는데 그의 뒷모습에서는 어쩐지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이 엿보였다.
그는 유하연을 마주할 수 없었다. 답답한 기분을 달랠 길이 없어 근처의 바에 들어가 술을 들이켰다.
그때 기태준이 그를 찾아왔다.
“네 수행 비서가 여기 있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진짜 있었네.”
기태준은 지저분한 분위기의 바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곤 유도경 옆에 앉았다.
“나는 요즘 집안에서 밀려날까 봐 매일 머리 싸매고 고민하느라 반쯤 대머리가 됐는데, 아직까지 술로 한을 풀진 않았어. 근데 넌 왜 나보다 더 떠돌이 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냐?”
기태준과 유도경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같은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인물들이었기에 남들보다 더 편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유도경은 대답 대신 술잔을 탁 내려놓고 기태준을 한참 바라봤다.
그 시선에 기태준은 뒷골이 서늘해졌다.
“뭐 할 말 있으면 해. 그렇게 쳐다보지 말고. 그러다 나 오늘 밤에 악몽 꾼다.”
잠시 고민하던 유도경이 결국 술잔을 비우고 입을 열었다.
“여자를... 어떻게 달래야 하지?”
“뭐?”
기태준은 너무 놀란 나머지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평생 유도경 입에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도경은 불만에 차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너 연애 몇 번 했었잖아. 설마 이것도 모르는 건 아니지?”
“그거랑 이건 다르지 않나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