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유하연은 대놓고 유도경과 대화할 마음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유도경은 노트북을 가져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까. 비록 유하연 때문에 관자놀이가 지끈거렸지만 당장 그녀와 실랑이를 벌일 시간은 없었다.
한편, 유동민도 위기를 감지하고 즉시 반격에 나섰다.
유도경이 유안 그룹의 젊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반면 유동민의 강점은 그룹 내 오래된 임원들과의 관계였다.
그들은 유도경이 지나치게 젊고 패기가 넘치며, 회사를 운영할 때 감정보다는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여겼다.
그에 비해 유동민은 그들에게 적당한 체면을 세워주었기에 그들이 선뜻 그의 편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회사에 붙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늙은 해충들에게 유도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불만이 쌓여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최소한의 체면은 유지해 주며 직접적으로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그들이 스스로 들고일어나고 있었다.
유도경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스쳤다.
유동민이 이들을 규합해 자신에게 적잖은 골칫거리를 만들어주었으니까.
‘전에는 내가 너무 봐줬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부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저희도 이 정도로 자기들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이렇게 큰 허점을 만들어낼 줄 몰랐습니다. 이게 외부에 알려지면 유안 그룹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갈 수도 있습니다. 대표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하의 목소리에는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 오래된 임원들이 유도경을 끌어내리겠다고 자기 이익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
자기가 손해 보더라도 상대를 끌어내리겠다는 뜻이었다.
유도경은 노트북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잠시 멈추고 노트북을 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유도경이 온다고 하자 부하는 한결 안도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유하연이 슬쩍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유도경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당분간 밖에 나가지 마. 바깥이 위험해.”
그 말만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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