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화

그는 유하연의 기분이 꽤 괜찮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 예삐가 이곳에서 꽤 오래 키워지고 있었지만 유하연이 늘 예삐를 안고 놀아주는 건 아니었고 기분이 좋을 때만 품에 안아줄 뿐이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예삐가 마당을 뛰어다니거나 어디선가 뒹굴며 귀여움을 뽐내곤 했다. 이게 바로 유도경이 의심하는 부분이었다. 그가 유희영을 일부러 막아 세워 유하연과 만나지 못하게 만들었고 유하연이 마음을 접을 수 있도록 일부러 못된 말도 했다. 그 정도로 했으면 그가 아는 유하연은 분명 의기소침하거나 반항심을 드러낼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유하연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너무 평온했기에 오히려 그 차분함이 유도경에겐 더 큰 불안으로 다가왔다. “내가 뭘 말해야 되는 건가?” 유도경의 말에 유하연은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는 강아지를 안은 채로 눈을 반쯤 감고 말했다. “딱히 너한테 할 말은 없어.” 같은 집에 살고 있다 해도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나누는 날도 허다했다. 유도경은 본디 말수가 적은 편이었고 유하연은 그와 말 섞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말을 한다 해도 결국은 싸움뿐이었다. 유하연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갉아먹는 이런 관계를 왜 유도경은 굳이 붙잡고 있는 걸까?’ ‘혹시 자기 학대가 취미인가? 유하연의 말에 유도경은 깊게 그녀를 바라봤다. “나 몰래 뭔가 꾸미고 있는 게 아니어야 할 거야.” 그 말에 유하연은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들어 그를 쳐다보며 비웃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날 이렇게까지 감시하는데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는데 팽팽하게 맞서며 누구도 먼저 물러서지 않았다. “딱히 볼일 없으면 나가. 나 잘 거야.” 유하연은 시선을 거두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녀가 예삐를 바닥에 내려놓자 강아지는 곧장 마당으로 뛰쳐나가 또다시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그녀는 샤워하고 낮잠을 잘 생각이었다. 이 집에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