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유도경이 싸늘하게 웃었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홈닥터를 의심하고 있었다. 다만 유하연의 병세와 그녀의 강한 고집 때문에 마지못해 그를 곁에 두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지금 보니 유하연의 병도 어쩌면 단순한 우연이 아닌 듯했다. 꼭 이민국이 아니더라도 치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유도경의 눈에 이민국은 더 이상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사람 데리고 와.” 유도경이 냉담하게 경호원에게 명령했다. “이제는 우리 좋은 어머니를 뵐 때가 됐지.” 그는 곧 김희영에게 연락을 취했다. 김희영이 다시 별장에 도착했다. 다만 이번만큼은 자신이 아니라 아들의 호출로 온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기에 그녀는 은근히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 그녀는 유도경이 유동민과 맞서는 걸 말리려고 온 것이었다. 아무래도 지금의 형세가 유동민에게 불리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유도경이 너무 강해져 버렸으니까. 하지만 유도경은 설득이나 회유가 자신한테 통하지 않는다는 걸 단호한 태도로 그녀에게 분명히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김희영은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런 그녀를 유도경이 갑작스레 불렀기에 당연히 그녀로서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라고?” 역시나 유도경이 얼굴을 보자마자 꺼낸 말은 H시를 떠나라는 것이었다. 김희영의 이마가 즉시 깊게 찌푸려졌다. “나 이제 막 왔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라 하는 거야? 너도 알잖니, 내가 딱히 무슨 일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채린이 곁에 있어 주고 싶어서 온 거야. 혼자 이곳에 있으니 내가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유도경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직 유하연을 다시 보지 못한 상태에서 돌아가라니, 그녀로서는 도무지 안심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제는 그녀 역시 유동민처럼 유하연이야말로 유도경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걸 알아차린 상태였기에 자연스레 속셈도 생기기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