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화
유하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뭔가 물어보려던 찰나, 그때 마침 마을 주민을 마주쳤다.
이 동네는 인구는 적은데 땅은 넓어서 집집마다 꽤 떨어져 있었고 평소에도 왕래가 그리 잦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마주친 이웃은 박미자네와 가장 가까이 사는 집이라 평소에도 서로 도우며 지내는 사이였다.
인사를 나눈 뒤 이웃은 곧장 걱정스럽게 물었다.
“팔은 좀 나아지셨어요? 그때 그렇게 깊게 베이셨다면서요. 조심 좀 하시지.”
“그 약초 자라는 데가 얼마나 위험한 줄 아시잖아요. 제가 가지 말랬더니 굳이 가시고는, 약욕이 좋다느니 뭐라느니 하시더니 결국 다치셨잖아요.”
“이번엔 그나마 상처로 끝나서 다행이지, 거기서 잘못 발이라도 헛디뎠으면 어쩔 뻔했어요? 지금 같은 몸으로는 크게 다치시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아유, 괜찮네. 난 진작에 아무렇지도 않아.”
박미자 할머니는 황급히 말을 막았지만 유하연은 이미 전부 듣고 말았다.
이웃이 자리를 뜬 후 유하연은 조심스레 물었다.
“할머니, 혹시 저 약초 따시다가 다치신 거예요?”
“아이참, 별일도 아닌걸. 저 옆집이 원래 말을 좀 과하게 해.”
박미자가 웃으며 유하연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유하연은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직접 상처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지만 박미자는 끝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아마도 꽤 깊고 큰 상처일 텐데 박미자가 혹여 자신이 죄책감을 가질까 봐 애써 숨긴 듯했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칼과 주름 깊은 얼굴을 바라보자 유하연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먹먹함이 차올랐다.
진심 어린 따뜻함이란 게 어떤 건지를 유하연은 낯선 노인에게서 처음 배운 기분이었다.
유씨 가문에서 지낼 때, 김희영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이런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
직접 무언가를 해준 기억도 없고 따뜻한 말 한마디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에게 애정을 쏟아주는 박미자를 보니, 유하연은 그동안 김성호에 대한 의심을 품었던 게 미안해졌다.
이 사람들은 처음부터 진심이었는데 그녀가 과거의 상처에 매여 의심부터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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