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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유하연은 이번엔 붓을 들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다시 그림을 그릴 때의 감각을 되찾았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몰입된 그 느낌은 마치 중독처럼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 뒤로 이틀 동안, 유하연은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어떨 땐 나뭇가지를 붓 삼아, 어떨 땐 흙덩이를 이용해서 밭두렁 아래에 그릴 때도 있었고 집 안 마당 큰 나무 아래서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릴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성호가 그림 도구가 한가득 담긴 세트를 들고 찾아왔다. 눈앞에 놓인 이 고급진 풀 패키지를 본 순간, 유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요즘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는 것 같아서 혹시나 필요할까 싶어서 준비해 봤어요.” 김성호가 코를 슬쩍 만지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이건 그가 준비한 게 아니라 유도경 쪽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그림 도구 하나하나가 전부 비싸 보일 뿐 아니라, 너무 고급스러워서 김성호 같은 투박한 사람은 손대는 것도 겁이 날 정도였다. 포장을 뜯은 유하연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브랜드의 붓과 익숙한 이젤 브랜드를 발견했다. 그리고 물감도 전부 예전에 그녀가 가장 잘 맞는다고 느꼈던 것들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이런 도구들을 원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너무 사치스럽다 생각했기에 그냥 마음속에만 묻어뒀을 뿐이었다. ‘그런데 김성호가 이런 걸 준비해 주다니...’ “왜요, 마음에 안 들어요?” 계속 아무 말이 없는 유하연을 보자 김성호는 괜히 불안해졌다. 유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속으로는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감동 그 자체였다. “좋아한다니 다행이네요.” 김성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유하연은 눈을 반짝이며 김성호를 바라보았다. “성호 씨, 정말 감사합니다! 저 진짜 너무 행복해요. 진짜 고마워요. 성호 씨, 최고예요!” 최고라는 말을 듣자 김성호는 내심 더 미안해졌다. 정작 자신이 준비한 것이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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