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화

데니안의 말이 떨어지자 실내는 마치 숨소리조차 삼켜버린 듯 섬뜩한 정적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유도경의 시선이 데니안을 향해 옮겨갔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유도경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조는 평온했지만 그 눈빛엔 싸늘하고 짙은 어둠이 서려 있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데니안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머리카락마저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저...” 유도경의 점점 더 서늘해지는 눈빛에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그가 결국 입을 다물자 유도경은 냉정하게 대문을 가리켰다. “꺼지세요.” “다신 올 필요 없어요.” 그 말에 데니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비틀거리며 겨우 발걸음을 옮겨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유도경은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곧 유하연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카펫 위에 앉아 있는 유하연이 눈에 들어왔다. 눈앞의 이젤은 텅 비어 있었고 손에 쥐고 있던 붓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왜 안 그려?” 그는 방 안으로 들어와 유하연 앞에 서더니 얼굴을 굳힌 채 날카롭게 물었다. 그 순간 유하연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왠지 모르게 지금의 유도경이 무섭기까지 했다. 몸을 살짝 움츠렸지만 이렇게 큰 몸을 숨길 길이 없었다. “그리고 싶지 않아.”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유도경에게 말없이 반항하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유도경은 이를 악물었고 결국 참지 못하고 허리를 숙여 유하연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일부러 이러는 거야?” ‘일부러 나랑 맞서는 거야?’ “아니야!” 유하연이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역부족이었기에 결국 그가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안듯 당겨버렸다. 유도경의 기운이 숨 쉴 틈도 없이 그녀를 휘감았다. 숨이 턱 막혀 이를 꽉 악물었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긴장은 감출 수 없었고 마치 언제 끊어질지 모를 실타래처럼 팽팽히 당겨진 채 극한의 공포 속에 놓여 있었다. “내보내 줘. 성호 씨...” 그 이름이 유하연의 입에서 다시 나오는 순간 유도경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녀가 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