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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박미자가 그렇게 말하자 유하연은 거절하지 않았다. 부정빈이 또다시 유도경의 분노에 휘말리는 건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하연의 얼굴에 난 상처는 며칠이 지나도록 붓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동안 유도경을 몇 번 마주쳤지만 그녀는 못 본 척 지나쳤다. 그런 그녀를 보며 유도경은 눈에 거슬리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멈춰.” 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유하연을 불러세우고는 강제로 그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끌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이미 의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도경이 병원에서 급하게 불러낸 터라 의사는 심각한 상황인 줄 알고 달려왔지만 막상 본 건 얼굴이 부어오른 유하연이었다. 의사는 잠시 말을 잃었다. 의사는 유도경의 냉랭한 눈빛 속에서 끝까지 신중하게 행동하며 유하연에게 냉찜질을 해주고 붓기와 피부 재생에 좋은 약 몇 개를 처방한 뒤에야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유하연은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걸 묵묵히 받아들였다. “이제 가도 돼?” 의사가 나간 후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유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유도경은 또다시 짜증이 치밀어 답답한 듯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낮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 와.” 유하연은 몸이 다시금 굳어졌고 손끝조차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여긴 회사야.” 밖엔 수시로 오가는 비서들과 수행 비서들이 있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귀띔해야 했다. “감히 날 거절해?” 유도경이 눈을 가늘게 뜨며 위협하자 유하연은 잠시 말이 없더니 마지못해 경직된 몸을 끌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유도경이 그녀를 거칠게 끌어당겨 책상 위로 밀쳤다. 차가운 대리석 책상에 닿자 유하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그녀는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는데 유도경이 어떻게 하든 조금도 풀릴 기미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유도경은 더더욱 신경질적으로 변해갔다. “나가.” 결국 그는 이성을 잃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유하연은 옷을 추스르자마자 마치 귀신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황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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