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화

“가만히 있으니까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화가 치밀어오른 유하연은 한 손으로 유채린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 유채린은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더니 소리를 질렀다. “이년이. 지금 날 때렸어?” “그래. 내가 때린 사람 너 맞아.” 유하연은 차갑게 말하면서 또 그녀의 뺨을 때렸다. 한쪽에 뺨 한 대씩 이제 대칭이 되어 훨씬 보기 좋았다. “죽여버릴 거야.” 유채린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때 하인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급히 달려와 두 사람을 떼어 놓았다. 아무리 봐도 유채린이 이기지 못할 것 같았고, 만약 유채린이 계속 미쳐서 날뛰었다가 아이까지 잘못되면 심윤재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도 없었다. 유하연은 하인들에게 잡혀 돼지 멱따는 소리는 내는 유채린을 바라보며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약간 저릿저릿한 손을 훌훌 털며 이곳을 떠났다. 유하연이 심윤재를 만난 그때, 유도경은 바로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유하연은 집에 돌아와 내내 기다리고 있던 유도경을 보자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심윤재를 만나기 싫었던 건 유도경이 반드시 나중에 따질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했어.” 유도경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유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때 유도경이 차갑게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다행인 줄 알아.” 유하연은 이 말을 듣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것 같잖아.’ 유하연과 심윤재 사이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앞으로는 심 대표를 만났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유도경은 유하연의 눈을 바라보며 또 서서히 입을 열더니 훨씬 차갑고 무서운 말투로 위협하는 것 같았다. 유하연은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일부러 만난 거 아니야...” ‘들은 거 있으면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라는 걸 알 텐데.’ “똑같아.” 유도경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나는 결과만 봐.” “오빠!”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유하연은 조금 화가 났다. 유도경은 조금의 여지도 없이 단호하고 냉정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