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5화

심윤재가 신사적으로 차 문을 열었고, 유하연은 잠시 멈칫하다가 몸을 숙여 차에 올랐다. “유 대표님, 바로 회사로 가면 될까요?” 앞좌석의 기사가 고개를 돌려 공손히 물었다. 원래 유하연은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문득 피곤이 밀려왔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차 옆에 서 있는 심윤재를 힐끗 본 유하연은 문득 말을 꺼냈다. “윤재야, 나랑 같이 한잔할래?” 반 시간 뒤, 유하연과 심윤재는 도심의 한 술집에 나란히 앉았다. 술을 몇 잔 주문해 두고 유하연은 턱을 괴고 느릿느릿 잔을 기울였다. 유하연의 또렷하고 고운 눈매가 가늘게 접혔다. 시선은 중앙 무대에서 몸을 흔드는 실루엣에 머물렀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갑고 비범해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렇게 도드라진 존재감은 술집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지만, 감히 다가와 말을 거는 이는 없었다. 유하연의 기세가 본능적으로 사람을 주눅 들게 했다. 유하연의 차갑게 굳은 옆모습을 보면서, 심윤재는 유하연의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말을 붙이지 않고 조용히 술잔만 기울였다. 그때 유하연이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맞은편의 심윤재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눈빛은 비단결처럼 흐드러지고, 원래의 냉기가 순식간에 요염함을 머금었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했고, 감히 범할 수 없는 선녀가 홀연히 인간 세상으로 떨어져 눈빛 하나로 사람을 홀리는 여우가 된 듯했다. 심윤재는 얼어붙어 버려 반응하는 것조차 잊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숨이 가빠지고 쿵쾅대는 심장 소리가 귀를 때렸다. 심윤재는 자신도 모르게 유하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두 사람의 얼굴이 맞닿기 직전, 큰 손 하나가 거칠게 끼어들며 둘을 갈라놓았다. “꺼져.” 유도경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유도경은 유하연을 와락 끌어 자기 곁에 세우고, 고개를 돌려 심윤재에게 낮고 차갑게 내뱉었다. 새까맣고 깊은 눈은 마치 얼음 칼날을 머금은 듯했고, 그 시선이 심윤재에게 곧장 꽂혀 등골이 서늘해졌다. 심윤재는 미간을 찌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