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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유하연은 더 이상 연회장에 볼일이 없다는 생각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저도 이제 돌아가려던 참입니다. 함께 가시죠.” 백승준도 곧바로 따라나서며 꼬리처럼 한 걸음 뒤에 붙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몇몇 사람들의 눈에는 의미심장한 기색이 스쳤다. 백승준이 유하연에게 지나칠 정도로 공손하고 신경 쓰는 모습은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다. 호텔을 나서 바람을 맞자 유하연은 머리가 한결 맑아지는 걸 느꼈다. 그녀는 백승준이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도로변에 서서 운전기사를 기다렸다. 그 순간 시선 한켠에 유도경이 들어왔다. 이번에 유하연을 발견하지 못한 유도경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듯한 젊은 여자를 이끌고 서 있었고 난처한 듯 얼굴을 찌푸리더니 결국 그녀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려갔다. 차가 떠나는 모습을 좇으며 유하연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저분 유도경 대표님 아니에요?” 백승준이 유하연의 시선을 따라가다 말을 꺼냈다. “곁에 있던 그 여자분은 누구죠? 유 대표님이랑 닮은 듯한데 혹시 가족분입니까?” “아니에요.” 유하연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아, 그럼 우연이네요.” 백승준은 웃으며 덧붙였다. “보아하니 유도경 대표님께서 꽤 신경 쓰시는 분 같더라고요. 살뜰히 챙기시던데... 그러고 보니 유도경 대표님이야말로 여자를 잘 챙기시는 것 같아요.” 백승준이 말을 더 이어가려는 듯하자 유하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 “백 대표님은 유도경에게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그 말에 백승준이 멈칫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그는 멋쩍게 웃으며 둘러댔다. “하하, 유 대표님도 참. 저는 그냥 보고 느낀 걸 말했을 뿐입니다. 유도경 대표님과는 아는 사이도 아니고 협력한 적도 없는데 제가 신경 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유하연은 피식 웃었다. “제가 말한 건 사업 이야기가 아니라 사적인 얘기였는데요.” 순간 백승준의 얼굴이 굳었다. “유 대표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별 의미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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