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3화
유하연은 담담히 물으며 아무렇지 않게 옷자락을 매만졌다.
김희영을 대하는 태도는 낯선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원래는 감정에 호소하려던 김희영도 그녀의 차갑고 무심한 눈빛을 마주하자 입가까지 올라온 말들이 모두 막혀버렸다.
“몇 년 동안 잘 지냈니?”
한참의 침묵 끝에 겨우 입을 뗀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너는 내 품에서 컸지. 갓난아이일 때는 겨우 손바닥만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4분 남았습니다.”
유하연은 손목시계를 힐끗 본 뒤 김희영의 말을 잘라버렸다.
“계속 말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사모님에게 허락된 시간은 5분뿐입니다.”
“너...”
가차 없는 유하연의 말에 김희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김희영은 분노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유하연은 눈 하나 꿈쩍이지 않았다.
다시 시계를 내려다보는 유하연의 의도는 더없이 분명했다.
그제야 김희영도 지금의 유하연은 과거의 그녀가 휘두를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희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마침내 본론을 꺼냈다.
“도경이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그 애가 날 보려 하지 않아. 네가 좀 도와줘.”
그 말에 유하연은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의 어머니인 당신조차 못 만나는 사람을 제가 무슨 수로요?”
“넌 할 수 있잖아.”
말끝을 씹어 삼키듯 김희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그녀는 유도경 마음속에서 자신이 유하연의 발끝 하나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하연은 무심히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두드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원한다면 도와줄 수는 있지만 전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요.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만한 대가를 내놔야겠죠?”
앞부분을 듣고 눈빛을 반짝이던 김희영은 뒷말을 듣자 금세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유하연을 노려보며 물었다.
“대체 뭘 원하는 거야?”
그러다 미리 선을 긋듯 덧붙였다.
“날 시켜서 유동민 쪽에서 뭘 해오라는 소리는 하지 마. 지금 유동민은 나를 도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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