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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뒤에 있는 김희영의 얼굴은 여러 감정이 뒤섞여 복잡했지만 유하연은 돌아보지 않았다. 어떤 것들은 한 번 내려놓으면 정말로 끝이었다. 상대가 곤란해하는 모습조차 이제는 굳이 눈여겨볼 필요가 없었다. 집에 돌아오자 연정이 거실 소파에 작은 고개를 괴고 엎드려 있었다. 그 어린 얼굴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는데 마치 벌레라도 삼킨 듯 복잡한 표정이었다. 겨우 몇 살밖에 안 된 아이의 얼굴에 이런 표정이 얹혀 있으니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똑똑.” 살짝 문을 두드리는 흉내를 내며 유하연이 다가갔다. “뭘 보고 있길래 우리 아가가 한숨 쉬는 꼬마 노인네가 다 됐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연정이 들고 있던 건 사진이었다. 하지만 유하연이 다가오기 전 연정은 얼른 사진을 엎어 숨겨버렸다. “엄마...” 그녀를 본 연정은 눈길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더니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유하연은 조용히 아이 옆에 앉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혹시 엄마가 알면 안 되는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 백승준이 연정이를 찾아갔다는 걸 알고 난 후 혹여 아이가 이상한 말에 휘말린 건 아닌지 걱정된 유하연은 오늘 밤 제대로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일들은 모른 척 넘어가도 되지만 백승준의 의도가 불순한 만큼 절대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아... 아니에요.” 연정은 고개를 저었다가 엎어둔 사진을 한 번 더 바라보며 결국 입술을 세게 깨물고는 울먹이며 물었다. “친아빠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해요? 엄마 화낼 거예요? 하지만 연정이는 정말...” 사진을 몇 번이나 꺼내 보며 용기를 내봤지만 볼 때마다 거북한 마음이 들며 도무지 그 사람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유하연이 좋아하는 게 정말 그 사람이라면 연정이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엄마가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과 나를 낳았을 리도 없을 텐데...’ 연정이의 말에 유하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빛이 놀라움으로 크게 흔들리며 목소리조차 달라졌다. “친아빠? 연정아, 알게 된 거야?” “네.” 연정은 이를 악물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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