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5화

연정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 사람은 연정이 상상한 아빠랑 전혀 달라요. 완전히 달라요!” “응?” 아이에게 상상 속 아빠가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유하연은 순간 가슴이 저릿했다. 어쩐지 미묘한 죄책감과 서글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연정이가 상상하는 아빠는 어떤 모습인데?” “그건...” 연정은 한참 입술을 달싹이다가 살짝 눈을 들어 유하연을 훔쳐보았다. 그러고는 조금은 부끄러운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냥 엄마가 좋아하면 연정이도 좋아요.” 그 말에 유하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아이가 엄마를 달래주는 것 같아서 우습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엄마는 연정이가 좋아하는 게 좋아.” 유하연은 일부러 그렇게 답하며 질문을 연정에게 돌려주었다. 연정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입술을 꼭 깨물고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은 아니에요.”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덧붙였다. “정말 싫어요.” “연정이한테 뭘 했길래 그렇게 싫은 거야?” 유하연은 조심스레 떠봤다. 눈동자에는 서늘한 빛이 스쳤다. ‘백승준이 연정이한테 손끝 하나라도 댔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똑똑히 알려줘야겠어.’ 유하연은 지금까지 사람을 해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연정이가 연루된 이상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연정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저 사진을 주면서 저한테 친아빠라고 했어요. 엄마랑 자기 사이에서 제가 태어났다고... 그러고는 선생님이 오니까 그냥 가 버렸어요. 그런데 그냥 보기만 해도 싫었어요.” 이유가 조금은 제멋대로였지만 유하연은 오히려 아이가 사람을 너무 잘 본다고 느꼈다. “싫으면 앞으로 만나도 그냥 무시해 버려.” 그녀의 말에 연정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곧이어 연정이는 작은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고개를 떨어뜨리더니 눈꺼풀까지 서서히 감겨 내려갔다. 시간을 흘끗 본 유하연은 아이가 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