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6화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유도경이 자신을 무시하자 연정은 그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설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유도경의 시선은 멍하니 유하연에게 머물러 있었고 연정의 성화에 정신을 차린 그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래,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너무해!” 연정은 씩씩대며 팔짱을 끼고 어른 흉내를 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는 건 분명히 해야겠어요. 엄마한테 어울리는 남자는 없어요!” 그 말에 유도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손으로 본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도 안 돼?” 연정은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쭉 치켜들었다. “당연히 안 되죠!” 유도경이 연정을 잡으려 손을 뻗자 연정은 재빠르게 몸을 숙여 피한 뒤 유하연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유하연의 등 뒤에 숨어서 유도경에게 메롱을 해 보였다. “어쨌든 지금은 안 돼요.” 연정은 작게 중얼거렸다. 유하연이 몸을 숙여 그녀를 끌어내며 웃었다. “뭐라고 속삭이고 있었는데?” “엄마가 최고라고 칭찬했어요.” 연정은 아낌없는 찬사와 함께 유하연을 꼭 껴안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담담하던 유하연의 얼굴은 그 순간 꽃처럼 활짝 피어났고 그녀는 연정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답했다. “엄마도 연정이 정말 자랑스러워.” “나도 칭찬하면 뽀뽀 보상 받을 수 있는 거야?” 모녀가 다정하게 뽀뽀를 주고받는 사이 유도경이 어느새 끼어들었다. 유하연은 못마땅하다는 듯 유도경을 흘겨보았다. “뻔뻔해요! 창피하지도 않아요?” 연정 역시 장난스럽게 유도경에게 혀를 쏙 내밀었다. “저... 유하연 씨, 이 그림은...” 그때 책임자가 머뭇거리며 나섰다. 그 역시 미술계 거장에 속하는 인물이었지만 왜인지 유하연 앞에서는 말이 막히고 어딘가 주눅이 들었다. 평생을 쏟아부어도 얻기 힘든 재능을 그녀는 태연히 흘려내는 듯 보였으니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막 완성한 그림이 다 말라 있자 유하연은 그것을 말아 건네주었다. “기증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여기에 남겨야죠.” “정말 감사합니다!” 책임자의 얼굴은 환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