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3화

“만약 돌기둥에 머리를 박으면 당신이 요구한 대로 돈을 줄게요. 당신 남편이 왜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지 제대로 조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중년여성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녀는 유하연이 갑자기 머리를 박으라고 부추길 줄 몰랐다. 유하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막상 머리를 박으라고 하니까 두렵나 보네요. 조금 전에 박으려고 한 것도 전부 연기였어요?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요.” 중년여성은 주먹을 꽉 쥔 채 가만히 서 있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머리를 박으라고 하면 내가 박을 줄 알았어요? 왜 당신 말대로 해야 하나요?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요.” 유하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중년여성을 동정하고 불쌍하게 여기던 사람들은 연기에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년여성이 뭐라고 더 말하려 할 때, 유하연은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사진을 한가득 뿌리면서 차갑게 말했다. “여러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세요. 남편을 위해 돌기둥에 머리를 박으려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란 말이에요.” 하늘에서 흩날리던 사진이 중년여성 앞에 떨어졌다. 그녀는 깜짝 놀라서 사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보, 보지 말아요! 이건 내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일부러...” 중년여성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다. 주위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은 사진을 줍더니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마터면 연기에 속을 뻔했어요. 이런 짓을 하고도 남편을 위하는 척 연기하다니... 정말 가증스러워요.” “진실을 밝히려고 온 게 아니라 돈을 뜯어내서 애인에게 주려고 했네요. 유하연을 살인마라고 욕할 자격조차 없어요. 남편이 죽을 때까지 바람을 피운 거잖아요.” 사진 속 중년여성은 아들과 나이가 비슷한 젊은 남성과 친밀한 사이였다. 자주 호텔을 드나드는 모습이 찍혔고 남편이 입원해 있을 때 병실 안에서도 애정행각을 벌였다. 그녀의 남편은 움직일 수 없었기에 누워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