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화

민지는 고개를 들고 한참을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는 엄마가 어디 있든 그 옆에 있을래요.” 민지는 잠시 머뭇거리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빠는 항상 바쁘잖아요. 저는 엄마만 있으면 돼요.” 아이의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고도 솔직했다. 유한나는 가슴이 시큰해져 몸을 숙여 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우리 민지, 착하지. 그럼 이건 아빠한테는 아직 말하지 말자. 알겠지?” “네!” 민지를 달래 집으로 데려다주고 도우미에게 맡긴 뒤 유한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비서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조금만 잘못 말해도 그녀가 화를 낼까 봐 잔뜩 긴장한 기색이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운해 아파트 열쇠를 가져갔습니다. 새로 만나는 분께 준 것 같아요. 이름은 임서연으로 연예계 쪽에서 활동하는 아직은 크게 알려지지 않은 배우입니다.” 유한나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운해 아파트는 유한나가 결혼 전 소유한 혼전 재산이었다. ‘장소 하나는 기가 막히게 고르네.’ 유한나는 전화기 너머로 담담히 답했다. “알겠어요.” 전화를 끊은 유한나는 곧바로 서울 시내 고급 주택 임대 시세를 검색해 캡처 화면을 그대로 강주혁에게 보내버렸다. ‘사람을 들여놓았으면 집주인에게 월세 정도는 내야지.’ 강주혁에게서 답장은 없었지만 곧 입금 알림이 울렸다. 꽤 큰 금액의 송금이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강주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유한나도 그 덕에 한결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제 강주혁이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열을 올리며 붙잡으려 애쓸 이유도 없었다. 유한나는 무려 2년 동안 손도 대지 못했던 작곡을 다시 시작했다. 강주혁에게서 관심을 거두자 삶이 훨씬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공통 지인들의 SNS에서는 여전히 그의 흔적이 보였다. 어젯밤 강주혁은 마카오 카지노 VIP룸에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금을 뿌렸고 임서연은 그의 옆에 바짝 붙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전날은 개인 요트 파티였다. 강주혁은 바다 위로 터지는 불꽃놀이를 배경 삼아 임서연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가장 최근 게시물은 유명 제작자가 올린 촬영장 사진이었다. 강주혁은 무려 연애 예능 프로그램 촬영 현장에 등장해 있었다. 모니터 옆에 여유롭게 앉아 있으면서도 강주혁의 시선은 줄곧 임서연에게 머물러 있었다. ‘몇 년 만에 다시 관심받는 것도 모자라 직접 현장까지 가게 만들다니 확실히 보통은 아니네.’ 민지의 생일 파티는 주말로 잡혔다. 현장은 정재계 인사들로 가득 찼고 화려한 옷과 향수 냄새가 연회장을 채웠다. 연회가 시작되기 전 유한나는 다시 한번 주방으로 들어가 메뉴를 꼼꼼히 확인했다. 딸의 세 번째 생일인 만큼 유한나는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연회장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안서희의 굳은 얼굴이었다. 민지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앞에 한 여자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임서연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한눈에 봐도 값이 상당해 보이는 다이아몬드 팔찌가 들려 있었다. “민지야, 언니가 준비한 생일 선물이야. 마음에 들어? 언니가 직접 해줄까?” 민지는 겁을 먹은 듯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싫어요.” 하지만 임서연은 민지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 팔찌를 채우려 했고 민지는 반사적으로 손을 뿌리쳤다. 임서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붉어진 눈시울로 곁에 서있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주혁 씨, 민지가 저 싫어하나 봐요. 저는 그냥 아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유한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유한나는 몇 걸음에 달려가 임서연을 거칠게 밀쳐냈고 놀란 딸을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임서연은 보지도 않은 채 곧바로 강주혁을 노려보았다. “제가 전에 분명히 말했죠. 밖에 있는 더러운 것들 집안에 들여 내 딸 눈 더럽히지 말라고요.”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바닥에 넘어진 임서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억울하고 당황한 얼굴로 강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혁 씨, 저는 그냥 주혁 씨 말대로 민지에게 생일 선물만 전해주려던 거예요.” 강주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먼저 유한나를 한 번 바라본 뒤 손을 내밀어 임서연을 일으켜 세웠다. “다친 데는 없어?” 임서연은 그의 팔에 살짝 몸을 기대며 고개를 저었다. 그제야 강주혁은 고개를 들어 불쾌한 시선으로 유한나를 바라보았다. “요즘 좀 얌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착각했나 보네. 임서연은 내가 새로 고용한 비서야. 오늘 데려온 것도 민지 취향 좀 파악해 보라고 한 거고. 앞으로 돌보는 데 필요할 거 아니야. 이 정도도 못 받아들여? 강씨 가문 안주인의 체면은 어디 갔어?”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