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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시선이 옆에 있는 임현지에게로 향했다. 성혜란은 임현지를 향해 애써 미소를 지었다. “현지야, 다른 일 없으면 먼저 나가보렴.” 임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대답했다. “네, 그럼 엄마 푹 쉬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방문을 닫자마자 임현지는 바로 문에 귀를 바짝 갖다 댔다. 하지만 방음이 너무 잘 되는 탓에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임현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방금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분명 남자였다. 대체 누구의 전화이기에 어머니가 그토록 안색이 안 좋은 걸까.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낯선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그날 쇼핑몰 주차장에서 마주쳤던 그 남자... 그 사람일까? 그와 어머니는 대체 무슨 관계일까? 두 사람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방 안에서 성혜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전화기 너머의 남자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현지...” 남자는 갑자기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때 그 아이인가?” 그 말을 들은 성혜란의 안색이 다시 한번 변했다. “양민호!” 그녀는 거의 이를 갈며 남자의 이름을 외쳤다. “대체 무슨 꿍꿍이야?!” “화내지 마시죠!” 양민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성 여사님, 안 만난 지 오래되어서 무척 보고싶군요. 우리 한번 만나는 게 어떠신지요?” 잠시 말을 멈춘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떤 일들은 전화로 다 말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요? 내 말이 맞지요?” 성혜란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핸드폰을 쥔 손마디가 하얗게 드러나고 핏줄이 불거졌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좋아요! 만나죠.” “장소는 내가 정해서 다시 연락할게요.” “네, 성 여사님 전화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성혜란의 얼굴이 서서히 어둡게 가라앉았다. 젠장! 성혜란은 알고 있었다. 양민호 그 인간을 만난 이상 다시는 평온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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