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4화
임수아의 말을 들은 윤시혁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몇 초간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은채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셨잖아. 의사들도 은채의 다리로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하셨어. 그 뒤로 할머니가 시킨 대로 나도 은채를 진료한 의사들을 조사했고. 매수된 흔적은 없었어.”
임수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녀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저도 왜 그런지는 설명할 수 없어요. 하지만 분명 제 눈으로 서은채 씨가 일어서는 걸 봤다고요. 그러니 저를 산에서 밀어버린 사람은 서은채 씨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요. 아니, 그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윤시혁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히 말했다.
“알겠어. 잘 조사해 볼게.”
임수아는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복잡한 심경이 얼굴에 드러났다.
사실 지금 그에게 묻고 싶었다. 과연 자기 말을 믿고 있는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다가 임수아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스스로 수모를 안을 필요는 없었다.
“네.”
그렇게 짧게 대답만 남긴 채 말을 아꼈다.
그날 하루 종일 임수아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리를 부딪친 탓에 어지러운 상태라 대부분은 잠에 빠져 있었다.
밤이 되자 윤시혁이 방으로 들어왔다. 손에 쟁반을 들고 그녀 앞으로 걸어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일어나. 옷 좀 올리고 침대에 엎드려.”
“뭐 하려고요?”
임수아가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등에 약 발라야지. 소독부터 해야 해.”
“아.”
짧게 답한 임수아는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더니 그를 등지고 앉아 집에서 입던 옷을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침대에 엎드렸다.
윤시혁은 그녀의 등에 붙어 있던 붕대를 조심스럽게 잘라냈다. 뒤엉킨 상처 자국이 눈에 들어오자 그의 미간은 더 깊이 찌그러졌다.
그는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면봉에 소독약을 묻혀 상처 하나하나를 닦아냈다.
“읏...”
소독약이 피부에 닿자 임수아가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윤시혁의 눈매가 더 매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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