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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날부터 나의 대학 생활은 갑자기 다채로워지기 시작했다. 어딜 가든 학생회 회장인 유진우를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내가 학교 식당에 가서 줄을 서면 그는 내 뒤에 서서 기어코 자신이 결제하겠다고 우겼다. “저기,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내가 밥 살게.”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볼 때 유진우는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내가 미간을 찌푸리는 걸 보면 풀이 과정을 상세하게 적은 메모지를 건네며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빠가 나를 위해 학교 앞에 밀크티 가게를 오픈했는데 내가 그곳에서 밀크티 만드는 걸 배우면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줄 알고 일찍 퇴근할 수 있게 가게 안의 모든 밀크티를 사서 행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돼. 여자의 손은 밀크티나 흔들라고 있는 손이 아니야.” 나는 눈을 흘기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짧디짧은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학생회 회장이 저소득층 학생인 서연경에게 미친 듯이 애정 공세를 펼친다는 소문이 명진 대학교 전체에 쫙 퍼졌다. 나는 모든 여학생이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대상이 되었다. 매번 기숙사에 돌아가면 허나연은 타락한 소녀를 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연경아, 내가 그 사람을 멀리하라고 했잖아?” 나는 무기력한 표정으로 손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나도 몰라. 그 사람이 자꾸 갑작스럽게 내 앞에 나타나.” “절대 빠져들어 가면 안 돼.” 허나연은 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들은 장난일 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나도 생각이 있어.” 나에게는 당연히 생각이 있었다. 유진우가 나한테 애틋한 연기를 할 때마다 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백아린과 그녀의 일행들이 휴대폰을 들고 뭔가 찍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찍겠으면 찍으라지. 나의 아름다운 얼굴은 360도 어느 각도에서 찍든 굴욕 없는 얼굴이니까. 이날, 백아린은 골든 타임스 클럽에서 생일 파티를 열었다. 유진우는 나한테 문자를 보내 그의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했다. 나는 일부러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그곳은 너무 비싸서 어울리는 옷이 없어요.] 십 분 후, 그는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을 들고 기숙사 밑에 나타났다. 밤하늘처럼 짙은 파란색의 드레스였는데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했다. “이걸 입으면 오늘 밤 공주님은 너야.” 아래층에 여기저기서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저건 D 브랜드에서 주문 제작한 옷 아니야? 치마 한 벌의 값이 우리의 일 년 치 학비야.” “서연경은 복도 많네.” 나는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 가격은 나의 잠옷에나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나는 치마를 갈아입고 유진우를 따라 클럽으로 갔다. 골든 타임스 클럽은 18살 생일 때 아빠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는데 내 명의로 된 자산 중에 제일 보잘것없는 자산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클럽 책임자가 나를 보고 눈을 반짝이더니 얼른 다가와 인사하려고 했다. 내가 힐끔 눈짓하자 눈치 백단인 책임자는 자연스럽게 돌아서며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다른 손님을 접대하러 갔다. 생일 주인공인 백아린이 나를 보고 눈에 질투를 내비쳤다. “서연경, 오늘 참 예쁘구나. 진우 오빠의 안목은 역시 뛰어나다니까.” 그녀는 잠깐 멈칫하다가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그러나 빌린 옷을 입을 때는 조심해야 해. 망가뜨리면 네 힘으로는 배상할 수도 없어.” 나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티에서 유진우는 나를 더없이 다정하게 챙겨 주었다. 나 대신 술을 막아주고 나를 위해 스테이크를 썰어 주었으며 내가 추울 때는 자신의 정장 외투를 벗어 내 몸에 걸쳐 주었다. 그는 나를 데리고 친구들 앞에 가서 주권을 선포하는 말투로 소개해 주었다. “내 여자 친구 서연경이야.” 그의 친구들은 떠들어대면서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눈에는 온통 경멸과 놀리는 기색뿐이었다. 나는 잘 꾸며진 목각 인형처럼 그의 연기에 협조해 주었다. 중도에 화장실에 갔을 때 나는 모퉁이에서 백아린과 그녀의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아린아, 유진우가 이번에는 너무 퍼주는 거 아니야? D 브랜드에서 주문 제작한 드레스마저 선물했어. 진심은 아니겠지?” 백아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 치마는 우리 오빠가 나한테 준 선물이야. 진우 오빠가 나한테서 빌려 간 거야. 진우 오빠가 나중에 데리고 놀다가 싫증 나면 그 여자는 치마를 벗어서 나한테 돌려줘야 할 거야. 낚시하는 거잖아. 미끼가 비쌀수록 걸려들었을 때 성취감이 있는 거지. 안 그래?” 다른 한 여자가 아부하며 말했다. “역시 아린이가 대단해. 가난뱅이에게 공주님의 유리구두를 신게 하고는 직접 부숴버리는 거구나. 생각만 해도 짜릿해.” 백아린이 악독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고 봐. 한 달까지 며칠 안 남았어. 그때 가면 전교 학생 앞에서 울면서 치마를 벗게 할 거야.” 나는 구석에서 녹음하고 있던 휴대폰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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