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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성지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심민지의 손을 내려놓았다. “심민지, 너 지금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들이대면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책임질 수 없어.” 심민지는 누군가 말하는 걸 느낀 듯, 내려놓았던 손으로 다시 성지태의 허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들어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성지태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번쩍 들었고 온몸이 철판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이성과 본능이 성지태의 머릿속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심민지, 이거 놔.” 하지만 심민지는 아무 반응도 없었고 그저 품에 안긴 커다란 쿠션을 끌어안듯 더 꽉 안고 있을 뿐이었다. 기억 속에서 대학 시절 심민지는 술을 못 마신다고 했었다. 왜 못 마시냐고 물었을 때, 심민지는 애매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고 나기 쉬워.” 그때는 그게 단순한 플러팅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심민지가 말한 사고는 사람을 끌어안는 거였다. 술에 취하면 사람을 안는 주사가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성지태도 알고 있었다. 정우빈도 그런 주사가 있었다. 남자가 술 먹고 사람 안는 건 별일이 아니었고 그냥 밀쳐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여자가 술에 취해 사람을 안는 건 여러모로 위험했다. 성지태는 심민지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풀 수 없었던 게 아니라 풀고 싶지 않았던 거였다. 심민지는 불만스럽다는 듯 다시 한번 몸을 비비더니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성지태는 품 안의 이 부드러운 온기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 수없이 많은 밤, 성지태가 상상해 오던 여자가 지금 이 순간 자기 품 안에 있었다. 이대로 더 안고 있으면 사고 날 게 뻔했다. “심민지, 일단 이 손을 놔. 집에 데려다줄게.”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성지태는 어쩔 수 없이 심민지의 손을 억지로 떼어냈다. 손을 떼어내자 이번에는 심민지의 얼굴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따뜻한 숨결이 성지태의 목을 스치자 순간 성지태의 이성은 완전히 무너졌다. 성지태는 심민지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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