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육지헌,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시선은 그를 뚫고 더 멀리 떨어진, 그 피비린내 나는 과거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아이는...”
김태리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지만, 육지헌의 가슴을 내리찍는 듯 무겁게 내려앉았다.
“우리 사이에 남아 있던 마지막 끈이었어. 그걸... 네가 직접 끊었어.”
김태리는 고개를 들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맑고 확고했다.
“우리는 불가능해.”
말을 마친 김태리는 더는 육지헌을 보지 않았다. 마치 그가 길을 가로막는 무관한 존재인 것처럼 무시했다.
그녀는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던 김도운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 가시죠.”
김도운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육지헌을 힐끗 보았다. 그는 강태리의 흑기사처럼 그녀를 등 뒤에 보고하고는 육지헌을 피해 길가에 세워둔 차로 향했다.
육지헌은 멍해진 채 영혼이 빠져나간 조각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겨울의 햇살이 그의 몸에 쏟아졌지만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육지헌은 그 차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태운 채 흐르는 차량의 물결에 섞여 길모퉁이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에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는 진실을 알았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았지만 그녀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이제 우리 둘은 가까이 있어도 하늘과 땅처럼 멀어진 것 같네.”
...
육지헌은 서울시에서 모든 후속 처리를 마치고 그룹을 믿을 만한 전문팀에게 맡긴 후 홀로 미국 북부 국경에 있는 그레이민 연구소와 가장 가까운 작은 마을로 향했다.
이 마을은 연중 내내 춥고 인적이 드물었다.
유일한 특색이라면 저 멀리 산봉우리에서 늘 안개에 덮여 있고 삼엄한 경비를 자랑하는 회색 건물, 바로 그레이민 연구소였다.
육지헌은 마을에서 유일하한 모텔에 방을 잡았다. 창문으로는 그레이민 연구소로 향하는 유일한 도로가 보였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