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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는 부드럽지만 긴장이 섞인 목소리로 강태리로 불렀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말이 있어. 예전엔 네 마음이 육지헌에게만 있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방해할 생각은 못 하고 그저 선배로서 네가 필요할 때 힘이 되어주고 싶을 뿐이었어.” 강태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말 없이 바라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지금은...” 김도운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진지하고 솔직한 시선으로 강태리를 바라봤다. “모든 게 지나갔어. 혹시... 나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앞으로는 당당하게 너를 돌보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 그의 눈빛에는 기대와 깊은 애정, 그리고 조심스러운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강태리는 조용히 그의 말을 들으며 복잡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차올랐다. 고마움 감동 그리고 이 오랜 지켜줌에 대한 소중함이었다. 강태리는 김도운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대답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강태리는 말없이 잠자코 있다가 곧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선배님.” 그녀의 목소리가 고요한 밤에 유난히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고마워요. 정말로 저를 위해 해주신 모든 것과... 방금 그 말씀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여전히 지나간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제 상태로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맑고 솔직한 눈빛으로 김도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시선에는 커다란 상처를 겪은 후의 침착한 눈빛이 깃들어 있었다. “제 마음이...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것 같아요. 안에는 여전히 많은... 폐허가 남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아직은 진실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다른 관계에 시작할 수 없어요. 그건 선배님께 공평하지 않아요.” 김도운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지며 실망감이 스쳤지만 곧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미 이런 답이 나올 것을 예상했고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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