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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그녀는 연구소의 제복인 짙은 회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기억보다 훨씬 여윈 모습이었지만 허리를 곧게 펴고 있었고 눈빛은 고요하고 아무런 파문이 없었다. 안에 들어서 육지헌을 보는 순간 미세하게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왜 왔어?” 그녀는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의 재회에서 오는 감동은 없었고 다만 못마땅함과 거리감만 느껴지는 어조였다. 육지헌은 그녀를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모습을 심장에 새기려는 듯했다. 몇 달간의 시골 생활의 비바람은 그의 얼굴에도 흔적을 남겨, 지난날의 날카로움 대신 침울함이 더해졌다. “강태리.”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게, 피로와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어. 그저... 직접 말해주고 싶었어.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았다는 것을.” 그는 심호흡했다. 마치 다음 말을 꺼내기 위해 그의 모든 용기를 쏟아부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깨달았어. 우리 사이의 문제는 단순히 소민희의 속임수와 이간질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그는 고개를 들어 무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 자신의 오만함, 자만, 그리고 너에 대한 불신이 결국 내 모든 것을 스스로 부숴버렸다는 것을.” 그는 마치 회상하는 듯 혹은 참회하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나는... 솔직히 인정해야 했어. 예전에는 소민희가 주는 조건 없는 숭배와 의존을... 즐겼었어.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고 소민희가 선을 넘는 것을 묵인했지. 네 인내심의 바닥을 시험하는 것을 용인했어.” “심지어... 이 애매한 관계를 이용해 비참한 허영심을 채우기도 했어. 결국 나 자신을 해치고 남을 해치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지.” 스스로를 이렇게까지 해석하는 것은 한때 세상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았던 육지헌에게 거의 잔인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가장 비굴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을 적나라하게 강태리의 앞에 드러냈다. 강태리는 조용히 그의 말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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