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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조옥정의 말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 말은 눈알이 이곳에 있었던 이유가 이 책을 지키기 위해서였단 말인가요?”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맞아요. 저건 어르신께서 넣은 거예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넋이 나갔다. 겨우 하루 사이에 이렇게 기이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줄이야. 게다가 그동안 내가 배운 것들은 황영수와 조옥정이 알고 있는 것들과 비교해 보면 정말 새 발의 피인 듯했다. “저건 진짜 너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나는 조옥정이 말한 대로 천으로 된 가방 안에 책을 넣은 뒤 그 가방을 다시 내 가방 안에 넣었다. 그러나 두 눈알은 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물이 새지 않는 병 안에 넣어요. 집에서 술 냄새가 살짝 나는 것 같은데 한 번 찾아봐요. 맛술도 괜찮으니까 만약 술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을 부어 넣고 그 안에 담아둬요.” 조옥정은 망설이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내게 조언했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비록 그것들을 챙겨야 할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조옥정이 말한 대로 역겹게 생긴 눈알들을 작은 유리병 안에 넣어두고 황영수가 마시다가 남은 술을 안에 쏟아부었다. 그러고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유리병 안에 술을 넣는 순간, 코를 찌르던 썩은 냄새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동시에 부식된 눈알들은 눈에 띄게 맑아지고 밝아졌다. “가죠.” 비록 의문이 가득했지만 나는 끝내 묻지 않았다. 결국에는 내가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알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옥정에게 묻는다고 해도 별다른 의미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요. 너무 낙담하진 말아요. 제가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지금 많은 일들을 알아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에요. 대신 저는 늘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조옥정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내가 실망하고 낙담한 것을 알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말 편하게 해도 돼요.” 조옥정이 말했다. “알겠어.” 그렇게 나는 조옥정의 위패를 메고, 황영수가 남겨준 책과 눈알을 챙겨서 어렸을 때부터 자란 집을 떠났다. 평소였다면 산에서 내려가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었을 텐데 오늘은 발걸음이 몹시 무거웠다. 만약 조옥정이 나와 함께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황영수를 위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강해져야만 했다. 황영수는 내게 단순히 은인이 아니라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려고요?” “나도 모르겠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황영수가 책에 쓴 내용에 의하면 나는 최대한 빨리 첫 번째 아내인 염효남을 찾으러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녀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세상은 너무 넓었고 조옥정 같은 존재가 곁에 있다고 해도 사람을 찾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아내들은 이름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요. 책은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일단은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고 그 눈알을 보관할 곳을 마련해야 해요. 그것을 몸에 지니고 다녀서는 안 되거든요.” 조옥정이 나를 위로해 주며 말했다. ‘휴.’ 믿을 만한 사람을 생각해 보라니. 나는 성인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데다가 인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존재라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바로 그때 나는 문득 조국철이 떠올랐다. 내게 잘해준 사람은 황영수를 제외하면 조국철뿐이었다. 비록 조국철도 황영수 때문에 내게 잘해준 것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내게 악의는 없었다. “군청으로 가자. 나는 그동안 군청에 있는 할아버지 지인의 집에서 지냈어. 마침 가서 인사도 할 겸 할아버지께서 당한 일을 전한 뒤에 방법이 있는지 물어봐야겠어.”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군청으로 가서 조국철을 만나기로 결정했다. “좋아요. 하지만 어르신이 어딘가에 갇혔다는 사실은 저와 원태 씨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얘기하지 말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조옥정이 말했다. 황영수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두려움이 생겼다. “알겠어.” 그렇게 우리는 군청으로 향하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그곳에서 지내게 되면서 조국철의 가족들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었는데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지냈는지는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조국철이 내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군청에 도착한 뒤 내가 지냈던 그곳으로 곧장 찾아가는 대신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조국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내가 몇 번이나 연락했음에도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나는 그동안 조국철의 집에서 아주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조국철에게 연락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조국철은 내게 매우 잘해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추위에 떨거나 배를 곯거나 한 적은 없었다. “어때요? 기댈 수 있는 사람인가요?” 조옥정은 내가 조급해하는 것 같자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를 받지 않아.” 나는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빠르게 근처에 있는 버스 정거장으로 향한 뒤 버스를 타고 내가 지냈던 조국철의 집으로 향했다. 조국철은 예상대로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대문은 내가 떠났을 때와 똑같이 굳게 닫혀 있었다. 즉 그동안 조국철은 이곳으로 온 적이 없었다. 평소 그의 습관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 이때쯤이면 조국철이 이미 사람을 보내 내게 물건을 전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의구심이 더 커졌다. 비록 열쇠가 있었지만 나는 문을 열지 않고 근처에 있는 가게 주인에게 조국철이 그 집을 제외한 다른 집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가게 주인은 나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내게 조국철이 그 집 외에 군청의 동쪽에 큰 별장 하나를 두고 있고 평소 그의 가족들 모두 그곳에서 지낸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곳은 환경도 좋고 공기도 맑아서 돈 많은 사람들은 교외에 있는 별장에서 지내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저 가게 주인의 표정이 이상하던데 정말 그곳에 가보려고요?” 가게 주인의 말을 들은 나는 거의 달리다시피 빠르게 걸어 차를 탔다. 그곳에서부터 동쪽 교외까지 가려면 거리가 꽤 멀었다. 비록 내게는 돈이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택시를 불렀다. “일단 가봐야겠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인사만 하고 바로 떠날 테니까.”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조옥정 같은 존재가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걸 알았다. 특히 잘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당을 불러 집에 손을 써놓는다. “알겠어요.” “고마워.” 나는 조옥정이 흔쾌히 동의할 줄은 몰랐다. 택시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달려서야 우리는 비로소 가게 주인이 말한 주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환경이 꽤 좋았으나 우리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사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너무 음산했다. 양기를 지닌 산 사람이 그곳에서 지내면 음기가 지나치게 강해지게 된다. 나는 멀리 있는 조국철의 별장을 단번에 발견했다. 그 근처에는 별장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사람이 지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조국철의 별장임을 단번에 보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별장의 외관이 내가 머물렀던 집의 외관과 굉장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내 별장 앞으로 걸어갔다. “여기가 확실해요?” 내가 앞으로 나서서 문을 두드리려고 할 때 조옥정이 갑자기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래?” “여기에서는 사람이 살 수가 없어요. 여기는 음택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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